남편과 큰 아들 가슴에 묻은 어머니는 선거 출마 앞두고 임종
민족 최대비극 6ㆍ25전쟁이 앗아간 아버지와 큰형 무안군수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박만호 예비후보의 가족사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박만호 예비후보는 자전적 에세이 ‘땀방울이 모여 꿈을 이룬다’에서 가슴속에 담아둔 가족 이야기를 공개했다. ‘땀방울이 모여 꿈을 이룬다’에 따르면 박만호 후보의 가족사는 일제의 식민통치, 6ㆍ25 전쟁과 남북분단 등 우리민족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 사건의 한 가운데에 있다. 책을 통해 박만호 후보는 “나의 가정사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압축판과도 같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물론이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이름도 한번 불러보지 못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언제 찍었는지 모를 빛바랜 아버지의 증명사진 한 장, 일본 광부로 징용가서 다리를 다쳐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사진이 박 후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전부다. 박만호 후보의 아버지는 일제식민통치 시대 광부로 징용되어 일본으로 끌려갔다. 그 뒤 민족사 최대비극인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9월 25일 노무단으로 징용됐다. 그러나 전쟁은 끝났지만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박 후보가 태어난지 갓 1년여가 지났을 무렵이다.


또한 남북 분단으로 인한 군사적 대치는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하던 박만호 후보의 큰형마저 빼앗아갔다.
박만호 후보가 초등학교 시절, 군인들이 하얀 천으로 덮인 네모상자를 가슴에 안고 집으로 찾아와 종이를 내밀었다. 유골함과 전사통지서였다. 군부대의 공식발표는 총기 청소 중 오발사고였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 파악이 안 된 총기사고였으며 수십 년이 흐른 10여 년 전에야 비로소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었다. “아버지와 큰 형님이라는 집안의 기둥들이 없는 빈농, 그리고 홀어머니 아래서 자라 미래보다는 당장 오늘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것이 현실이었다”고 박만호 후보는 책에서 회고한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박만호 후보는 말단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전남도청 국장까지 오르는 끈기와 역경을 이겨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안타까움은 또 있다. 38여 년의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무안군수 선거에 출마한 박만호 후보의 모습을 어머니는 보지 못한다. 지난해 9월 11일 추석을 하루 앞두고 운명을 달리한 것이다.

박만호 후보는 “어머니는 남편과 큰아들을 잃은 한과 눈물을 가슴에 품은 체 돌아가셨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항상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준 어머니의 희생으로 군수 출마까지 했는데 이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