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정치판에서는 유례없던 각종 공식과 지수가 나돌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 기준에 적용할 이른바 객관적 지표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트위터를 활용하는 정도를 계산하는 공식에서, 그 공식에 따른 트위터 지수, 또 지역구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교체지수와 경쟁력지수, 나아가 이런 저런 공식 없이 현역 지역구 의원의 교체하는 비율을 25%로 정하는 등 온갖 숫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트위터 활용 정도를 측정하는 이른바 트위터 지수를 산출하는 기상천외한 공식은 두번째 버전까지 나왔다. 첫번째 버전은 X = (팔로어 수 - 팔로잉 수) + 팔로워 수 x 0.1 + 트윗량 x 0.1 + 리스트 수였다.

딱히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산식은 아니었다. 팔로어수에서 팔로잉수를 뺀 것은 팔로잉 숫자를 늘리기 위해 무작정 맞팔하는 걸 가려내자는 것이고, 그래도 팔로워수를 10% 정도는 인정하자는 뜻에서 0.1을 곱해 더해줬다. 또 트윗 건수는 본인이 맘먹기에 따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10%쯤 인정해주자는 것이었다. 여기에 다른 사용자들이 자신의 리스트에 추가한 것은 그 트윗 계정을 중시한다는 뜻임을 헤아려 리스트 수를 그대로 합산해주는 나름 정교한 배려도 더했다.

이처럼 어림짐작 무대포식 산수 공식을 내놓고 나니 이런 저런 부작용이 예상됐다. 팔로워수를 늘인 다음 언팔로우를 함으로써 팔로잉수를 억지로 줄여서 점수를 높이는 꼼수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이메일 계정만 있으면 트위터 계정을 몇 개라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트 수 늘리기는 식은 죽 먹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 이 공식은 트위터에서의 질적인 소통은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건수 주의일 뿐이었다.



이 우스꽝스러운 산수공식은 한 차례 진화했다. 하버드대 출신인 이준석 비대위원이 고안한 일반인의 눈높이를 훌쩍 뛰어넘은 수학공식이 등장한 것. 이름하여 SNS 역량지수를 산출하는 공식은 이렇다.
X=log[(팔로어 수+팔로잉 수)/1000]/10+1]×∑[1+트윗 수+리트윗 수/100]]
팔로어수와 팔로잉수가 포함된 왼쪽 항은 얼마나 많은 트위터 사용자와 관계를 맺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값이며, 오른쪽 항은 실제로 트윗과 리트윗으로 얼마나 소통을 하고 있느냐를 나타내는 값이라고 한다.

이 공식의 정확한 원리를 모르면 트위터 관련 숫자를 의도적으로 조작할 수 없게 됐다. 로그(log)와 시그마(∑)가 가진 정확한 의미는 일반 정치인의 눈높이를 벗어난다. 자신의 SNS 역량지수가 왜 높은지, 아니면 왜 낮은지 검산도 힘들 판이다. 더욱이 이 진화된 공식 역시 트위터 내용에 따른 공감 요소는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팔로어와 트윗 건수만 세고 있다. 어쨌든 선거에 나설 정치인의 자질을 평가하는 데 사상 처음으로 수학 공식이 적용되게 됐다.

이런 저런 숫자며 기상천외한 공식까지 등장한 이유는 뭘까? 이른바 공천의 과학화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그 정체는 물갈이를 위한 근거 마련이다. 현역의원을 물갈이 하는 데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당내 반대를 물리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트위터에 나타나는 숫자들이 동원되고 있다. 심지어 페이스북에 대해서도 평가지수를 만들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정 트위터 계정에 대해 발생하는 리트윗을 어떻게 집계할 것인지, 외부로부터의 데이터 접속이 차단돼 있는 페이스북에서 어떤 방식으로 숫자를 끄집어낼 것인지 등등 기술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 상의 소통은 건수가 아니라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핵심을 놓치고 있다. 비록 평소에는 트위터를 자주 하지 않다가도 진정성이 담긴 트윗 하나가 순식간에 표심을 흔들 수도 있다. 거꾸로 아무리 많은 트윗과 리트윗이 번지더라도 그 내용이 부정적인 경우도 허다하다. 무엇보다 트위터를 어떤 식으로 써야 하는 지 정해진 공식은 없다.

과연 산수공식이든 수학공식이든 숫자로 따지는 지수가 표심과 여론을 대변할 수 있을까? 이러다간 돈봉투 지수 디도스 지수가 필요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아니 SNS 소통지수 기준으로 치면 한나라당 당내에는 출당시킨 강용석 의원을 따라갈 자가 없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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