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역사교사서 집필 기준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기록이 UN/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세계 민주주의의 유산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국제적 흐름을 부정하고 있다는 질타도 나온다. 지난 8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확정발표한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이승만 독재, 박정희 중심 5ㆍ16군사정변, 5ㆍ18민주화운동, 전두환 신군부정권, 4ㆍ19혁명, 6월 항쟁’ 등 역대 정권과 이에 저항한 민주화운동 관련 주요 내용을 전면 삭제토록 방침을 정했다. 교과부 방침이 알려지자 광주전남지역 각계에서 연일 규탄과 개정기준 취소 촉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광주시와 시의회, 시교육청, 지역 국회의원, 5·18 관련 단체, 시민사회단체 대표 80여 명은 13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각계 대표들은 성명서를 통해 "현 정부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 대한민국 현대사의 민주역사를 왜곡, 삭제하려는 것은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되돌리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연석회의는 ▲중학교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즉각 폐기 ▲5·18이 국내외 민주화운동에 미친 영향과 5·18 기록물의 UN/UNESCO 세계 기록유산 등재 사실 수록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전문 반영 등을 요구했다. 이날 대책회의 및 성명서 발표에는 강운태 광주시장과 김영진 5·18 아카이브 설립 추진위원장, 윤봉근 의장, 장휘국 교육감 등 각계 대표가 참여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5ㆍ18민주유공자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등 518 관련 단체와 5ㆍ18기념재단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518 관련단체들은 “법적, 제도적으로 완성된 5ㆍ18민주화운동을 집필기준에서 삭제한 것은 전두환, 노태우 등 두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 국가기념일 지정, 국립묘지 승격, 관련 유공자의 명예회복 등 지난 30년간의 5월 항쟁사를 짓밟는 반민주적, 반교육적 작태”라고 성토했다. 10일에는 전남도지사, 도의회의장 및 광주시장, 광주시교육감 등이 국제사회가 인정한 민주주의 정신을 거스르는 것으로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윤봉근 광주시의장은 오는 16일 전국 시도의회 의장단협의회에 이 문제를 상정키로 했으며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뜻을 같이 하는 교육감과 연대해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삭제 사태에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도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역사학계는 이미 수차례 이명박 정부의 역사교과서 개악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으나 친일·독재에 눈감은 이명박 정부는 이미 역사적 사실로 판명 난 사안을 뒤집는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정신을 곡해하면서 까지 역사교과서에 정치색을 입히려 하는 불손한 의도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규탄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번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개별적인 사건명 대신 교육과정에 따른 큰 범주와 수준 등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마련했다”며 “새로 개발되는 교과서에서도 민주화 운동과 독재 관련 내용이 충분히 서술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