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이 ‘흑산도’로 들어갔다. 김훈 작가는 4년 만에 역사 소재 소설 흑산(학고재)을 발간했다. 남한산성 이후 4년 만에 출간된 신작 ‘흑산’은 극심한 정치사회적 혼란기였던 조선시대 1800년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 천주교 박해와 관련된 많은 지식인과 백성의 이야기를 쓴 소설이다. 흑산에서는 정치사회적 혼란기인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에 낡은 사회와 제도를 개혁하려 한 진보적 인물들의 꿈과 좌절에 주목했다. 조선 후기 정약용의 형이자 문신이었던 정약전(1758~1816)에 주목한다. 그를 중심으로 배교한 형제 정약용, 순교한 약종 등의 삶이 소개된다. 하지만 작가는 양반 지식인, 배교자, 하급관원, 어부, 노비 등 여러 계층의 사람 20여명을 등장시켜 주인공 비중을 줄였다. 흑산은 천주교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종교적 믿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천주교 박해 사건은 조선시대 근대화 과정을 겪은 지식인과 민중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소재일 뿐이다. ‘흑산’에서 작가는 물을 유영하는 물고기를 보면서 망가진 삶과 꿈, 희망과 좌절을 생각했을 정약전을, 그 때의 정약전을 다시 그려내고자 했다. 작가는 “흑산도나 남양성모성지, 배론성지 같은 사학죄인들의 유배지나 피 흘린 자리를 답사했고 기록들을 찾아서 읽었다. 나는 흑산에 유배되어서 물고기를 들여다보다가 죽은 유자(儒者)의 삶과 꿈, 희망과 좌절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또 “흑산의 여러 섬에 갔더니, 물고기를 들여다보던 유배객의 자취는 풀섶에 덮혔고 지나간 날들의 물고기는 오늘의 물고기로 이어져서 연안으로 몰려왔다. 섬에서 죽은 유자의 넋이 물고기가 되어 온 바다에 들끓는 것이려니 여겼다.”고 했다. 책의 표지에는 가고가리라고 이름 지은 생명체가 흑산도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담겨져있다. 김훈은 지난 4월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인근 선감도에 공간을 마련했다. 칩거 5개월 동안 선비 정약전처럼 은둔하며 연필로 눌러쓴 원고는 1천135장에 이른다. 408쪽, 1만3800원, 학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