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나은 쌍둥이 아들 모두 발달장애인인 사연, 아이에게 엄마 소리 한 번 들어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부모, 아이 둘을 먼저 보내고 늦게 가진 아이가 장애아인 부모....눈시울이 붉어져 오고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장애인과 그 아버지가 600Km에 이르는 ‘세상걷기’에 나섰다. 이균도(이진섭 회장 자녀, 자폐장애인)군과 이진섭(부산 기장해운대 장애인부모회 회장)씨가 주인공이다. 세상걷기는 지난 9월30일 오전10시 부산시 기장군청을 출발해 김해 → 진주 → 광양 → 순천 → 목포 → 함양 등을 거쳐 10월28일 광주에 도착하는 총 600km 가량의 대장정이다. 균도의 세상걷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4월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며 부산을 출발해 서울까지 600km를 걸었던 적이 있다. 당시 균도 부자는 세상걷기를 하면서 ‘장애아동복지지원법’제정을 염원했다. 이들의 정성이 통해서일까. 두 달 후인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결국 통과되었다. 실제 세상걷기를 하는 동안 균도부자의 뜻에 공감한 장애인을 둔 전국의 많은 부모들이 법제정운동에 나서고 언론도 관심을 두고 보도했던 것이 힘이 되었다. 부산과 전남, 광주를 거치는 두 번째 세상걷기는 선뜻 세상으로 걸음을 내딛지 못하던 장애가족들의 바람과 희망 때문에 시작했다. 첫 번째 세상걷기 당시 “‘우리 지역도 균도와 세상걷기에 동참하고 싶어요’ ‘아이들하고 같이 우리 지역을 걷고 싶어요. 그렇지만 용기가 없어요’”라는 문자메시지가 균도 부자를 다시 걷게 만들었다. 균도의 세상걷기가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세상으로 나오게 만든 셈이다. 이버 두 번째 세상걷기에 나서는 균도부자는 발달장애인법제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0월, 한 장애아동의 부모는 자신이 죽으면 가족이 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참한 사건이 벌어졌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기초법)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이진섭씨에 따르면 현재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자에서 탈락된 수는 전체 국민의 1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법 제정도 촉구한다. 미국일본 등 복지선진국들은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서비스등을 담은 별도의 법률을 운영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법은 발달장애인이 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건강의료주거고용 등의 도움과 권익옹호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 이진섭 씨는 “세상걷기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지 함께 공감하고 우리사회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번 세상걷기에 전국의 장애인부모 및 단체들도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 있다. 사단법인 부산장애인부모회, 사)기장해운대장애인부모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16개 시도지부가 함께 나섰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2개 전국장애인단체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균도 부자는 16일 전남보성군에 도착 예정이며 23일에는 전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