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 시사가 가져온 여파가 크다. 비단, 정치권 뿐 만 아니라 시민들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 만큼 그의 대중적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음을 반영한다. 그의 출마 시사 발언이 나온 직후 여론은 “진짜 출마할까?”에서 출발했다. 곧바로 “출마찬성” 대 “출마반대”로 여론은 나뉘어졌다. 그 뒤로는 여야 정치권의 득실을 따지더니 이제는 안 교수의 구체적인 신상과 그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윤여준에 대한 세밀한 분석 글까지 SNS상을 뒤덮고 있다. 어찌됐든 안 교수는 행복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입장의 같고 다름을 떠나 이렇게 관심 갖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안철수는 의사, 기업가, 교수다 여기서, 안 교수에 대한 높은 관심과 기대가 무엇 때문인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의사, 벤처 사업가이자 대학 교수라는 엄청난(?)직함을 가지고 있다. 일단 사회적 지위가 높고 부자일 것 같고 권위가 느껴진다. 의사를 하면서도 백신을 무료로 제작·배포했으며 의대 학과장을 그만두고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했다. 2005년 초에는 경영을 그만두고 KAIST 석좌교수로 임용되었다. 현재는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및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러한 모습은 그가 성취를 이룬 성공적인 삶을 살면서도 돈과 권력만 쫓는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호감도를 쌓는 역할을 했다. 여기에 윤여준 씨가 기획했다는 청춘콘서트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회적 책임감’도 높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렇다. 그는 의사였고 벤처기업 대표였으며 교수다. 바로 이것이 안 교수의 실체다. 그리고 의사로서, 벤처기업 대표로서, 교수로서 성실하고 바른 처신을 보였기 때문에 그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호감도 또한 높다. 안교수는 단 한번도 정파적 입장을 나타낸적 없다 혹시, 의사와 기업대표, 교수로서의 안철수가 아니라, 또 ‘다른 기대’를 품지는 않는가? ‘또 다른 기대’란 무엇일까. 바로 그를 개혁과 진보적 사고로 무장하고 개혁과 진보진영에서 헌신 할 사람, 신념과 철학으로 무장하고 정치개혁을 위해 뛰어들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민주당, 민노당 등 야권연대와 협조해 통합후보를 세우는데 일조하고 반한나라당 정서를 가지고 보궐선거와 다음 대선에서 한라당의 집권저지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 쯤 으로 보고 있고 기대 또한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정답은 아니다. 안 교수는 민주당 혹은 한나라당 등 특정 정파적 입장을 한 번도 표시하지 않았다. 정치개혁과 야권연대의 성공, 한나라당 재집권반대를 위해 나서겠다고 한적이 없다. 반대로 친한나라당이나 친보수적 성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적도 없다.

대중과 언론이 만들어낸 이미지 대신 존재적 실체 직시해야 무얼 뜻하는가. 안 교수는 지금껏 자신이 살아 온대로 방식대로 출마를 고민했고, 고려중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는 무소속, 한나라당, 민주당, 야권연대 통합후보 등 어느 길이라도 선택을 할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이건 그의 정체성이다. 의사로서, 기업가로서, 교수로서 호감도 높고 성실하며, 젊은이들이에 올바른 기업가의 모습을 보여준 것과 그의 정치적 성향 혹은 정파적 입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나마 가까운 사례로 문국현과 정운찬을 들 수 있다. 올바르고 노동자를 위한 기업인이었던 문국현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지난 대선 이후 야인에 머물러 있다. 확고한 특정 정파적 입장을 갖지 않고, 정당에 몸을 담그지 않는 이상 소수파가 한국정치에 얼마나 살아남기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양심적 학자이자 대중적 지명도 또한 높았던 정운찬은 이명박 정부의 총리로 전격 발탁됐다. 총리 발탁 이후 ‘배신감’ 등을 토로하는 여론도 많았지만, 어찌보면 정운찬은 원래 그런사람이었다. 다만, 주위에서 자신들의 기대를 정운찬에게 투영하고 정운찬은 그 이미지로 살아왔을 뿐이다. 대중들은 그 만들어진 이미지를 보았을 뿐 그의 존재적 실체에 대해선 알려하지 않았다. 안철수는 구세주도,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안 교수도 마찬가지다. 의사 기업가 교수가 그의 존재적 실체다. 이를 기준으로 평가하면 된다. 인지도가 높고 호감도가 높다고 해서 존재적 실체가 변하는 건 아니다. 더구나 그는 여태 한 번도 정파적 입장은 물론이거니와 기존 정치권 심지어는 시민운동과도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그가 어떤 판단을 하던지 실망할 일도, 욕 할 일도 아니다. 적어도 존재적 실체를 기준으로 본다면. 다만, 특정 정치적 혹은 정파적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욕하거나, 환호하거나 하는 일이 많을 것 같다. 벌써부터 안 교수 및 그와 함께 청춘콘서트에 참여한 박경철 등에 대해 무임승차, 잡상인, 허상, 이미지정치 등의 표현도 등장한다. 시각에 따라서는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안 교수는 위에서 여러 차례 말했으므로 박경철에 대해 한마디 쓰자면, 시골에서 의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서울도 자주 찾으며 주식으로 재미를 본 사람 정도로 기억한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꿈을 갖고 열심히 살라며 희망을 전파하는 일에 적극적인 사람이라는 게 그의 이미지의 전부다. 물론, 그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고, 돈과 권력만을 탐하지 않았다는 면에서는 안교수와 비슷한 이미지다. 기대와 현실의 차이는 크다. 이미지와 실체의 차이도 크다.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하면 된다. 기대를 실체로 혼동해서도 안된다. 더더욱 구세주도 아니고 만병통치약도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