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기념관 건립 5일 ‘첫 삽’대책위는 공사 현장에 천막치고 4일 건립반대 농성 시작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목포의 눈물〉은 일제 강점기인 1935년 이난영이 처음 불렀다. 목포항을 배경으로 이별의 아픔과 서러움을 담고 있는 노래는 당시 나라 없는 설움을 겪던 국민 애창곡이기도 했다.

가사에는 삼학도가 등장한다. 그 삼학도에 건립되는 한 건축물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국인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전남 목포 삼학도에 들어서는 ‘노벨 평화상 기념관(이하 기념관)’건립공사가 착공을 앞두고 삐걱거리고 있는 것.

목포 삼학도에서 5일 착공식을 가질 예정인 노벨평화상 기념관 조감도.
● 목포시 “김대중 대통령도 ‘장소가 참 좋다’”고 하셨다 목포시는 5일 오전 11시 삼학도 공사 현장에서 기념관 공사의 첫 삽을 뜬다고 밝혔다. 착공식에는 이희호 여사, 정종득 목포시자을 비롯해 정계중앙부처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제15대 대통령과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150마리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2000년과 615남북 공동선언을 의미하는 풍선 2천615개를 날리는 행사도 진행한다. 기념관은 ‘평화의 나래 세계를 품다‘라는 주제를 형상화 해 부지 1만5천600㎡, 연면적 4천677㎡, 지상 2층 규모로 총 19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2년 말 완공예정이다. 기념관은 크게 전시동과 컨벤션동으로 나뉜다. 전시동은 노벨상의 취지와 역사, 김 전 대통령 일대기, 뮤지엄샵이 들어서고, 컨벤션동은 영상자료와 기획전시실, 자유인권평화사상 도서와 열람실, 국제회의실 등으로 구성된다. 목포시는 기념관 전시품으로 그 동안 김대중도서관, 김대중 평화센터, 대통령기록관, 시민소장 사료 등 총 4천830점을 확보했다. 이희호 여사도 사저에 보관중인 유품을 기증하기로 했다. 목포시 쪽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 2008년 년 2월 ‘노벨평화상 기념관’이 들어설 현장을 보고 “장소가 참 좋다. 목포시민에게 감사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종득 목포시장은 “기념관 건립은 한국인 최초의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인 목포시의 위상을 높이고 어린이바다체험과학관, 요트마리너 등 관광시설과 함께 해양관광중심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평화상기념관 대책위는 4일 착공식이 예정된 기념관 건립 공사 부지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 대채위 “평화통일 가치마저 훼손하는 일은 없기 바란다” 목포시의 5일 착공식에 맞춰 ‘노벨평화상 기념관 건립 대책위(이하 대책위)’는 기념관 건립 현장에 천막을 치고 건립반대 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노당당과 목포환경운동연합, 삼학도보존회 등 시민단체 로 구성된 대책위는 그 동안 시민간담회, 시장면담, 국회 기자회견 등 삼학도 건립 반대활동을 해왔다. 대책위가 반대하는 이유는 ▲입지 부적합 ▲삼학도 복원화 사업역행 ▲전시행정 및 세금낭비라는 것이다. 이들은 삼학도 경관을 고려해 지하1층으로 건립해 조망권을 확보해야하지만 2층으로 지어 삼학도 전경을 가린다고 지적한다. 삼학도 복원사업에 역행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종득 목포시장 취임 이후 삼학도에 대형건축물이 계속 들어서 복원사업 취지가 훼손되고 공사판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념관 건립부지 앞 100M 거리 내에 있는 삼학도 석탄부두에서 오는 석탄분진에 따른 피해도 목포시가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기념관 건립사업은 전라남도 투융자사업 심사결과 국민성금 20억 모금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된 사업이지만 시민세금으로 20억을 충당해야 할 상황에 이르러 목포시의 재정부담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책위는 기념관 부지로 원도심인 목포시 명륜동 역전파출소 앞 옛 신민당 지구당사 건물을 대안으로 제안한다.

이곳은 지난 1966년 김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때 선거사무실로 사용한 후 40여 년 동안 인연을 맺어온 건물이다. 인근에 김 전 대통령의 모교인 목포 북초교와 목포상고, 신혼집 등이 있어 적격이라는 것이다. 대책위는 “각 동에서 주민 30명씩 동원해서 얼마나 멋진 착공식을 치를지는 모르겠으나 착공식 강행은 목포시 행정에 있어 참으로 슬픈 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민들의 호소를 무시하고 기념관 건립을 밀어붙여서 김 전 대통령의 평화통일에 대한 의지와 6.15의 역사적 가치마저 훼손하는 일은 없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근현대사 아픔과 애환 간직한 삼학도


1940년대의 삼학도 모습. 바다에 떠 있는 완전한 섬이다.


유달산에서 내려다 본 삼학도<블로그 내 마음의 한 가운데>. 육지와 연결돼 있으며
복원공사를 통해 섬 사이에 수로공사를 진행했다.

기념관 건립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은 ‘삼학도’다. 삼학도에 짓느냐, 아니냐가 관건인 셈이다. 삼학도는 유달산과 더불어 목포의 상징으로 불린다. 목포 앞바다와 접해 있고 유달산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훼손 전에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등으로 숲이 우거지고 백사장이 있던 곳이다. 면적은 대삼학도 3만평, 중삼학도 1만2천평, 소삼학도 3천평으로 형성된 아주 작은 섬이다. 이 작은 섬이 어떻게 해서 목포를 상징하는 섬이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서적 상징성이다. 삼학도는 근현대사의 풍랑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고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목포의 눈물’이라는 노래와 여러 가지 문학작품을 통해 정서적으로 각인된 셈이다. 조선시대에 군사요충지였던 목포진(木浦鎭)의 군사들을 위해 땔감을 마련하기 위한 장소로 삼학도가 지정 관리됐다. 삼학도 섬 전체가 1895년에 일본인에게 불법적으로 판매가 되어버리는 사건은 일제가 목포토지를 침탈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일제시대 때는 채석작업으로 인해 삼학도의 부분적인 훼손이 생겼다. 1956년 삼학도 제방 축조 계획이 수립되었는데, 1957년 2월에 당시 해무청은 "목포항을 부산에 다음가는 대항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산업화 시대의 손길을 삼학도도 피해갈수 없었다. 1965년에 매립이 이뤄져 삼학도는 1974년 육지로 되었다. 그 자리에 공장, 주택, 저유탱크, 석탄부두, 산업철도, 모래부두 등이 들어섰다. 무인도였던 삼학도에는 6천여 가구 2만 명이 거주하였으며, 심지어 사창가까지 들어섰다. 그러나 군사정권 집권 이후 장기간에 걸친 목포 쇠락의 길을 삼학도도 함께 겪는다. 주민들은 대거 이주하고 상업시설들도 없어졌다. 현재는 석탄부두, 해경부두 등만 이전을 앞두고 있다. 삼학도 공원조성 사업은 1991년 관선시대부터 추진해왔으나 2000년 대 들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200년 복원공사 발주를 시작했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