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국보 순례>, 유홍준 특유의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문화해설서 지식의 숲에 들어가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알면 알수록 그 아름다움에 빠져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마치 신선놀음처럼. <유홍준의 국보순례>도 그 숲 중 하나다. 책은 저자가 뛰어나다고 여기는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소개하고 있다. 미처 몰랐던 우리 문화재를 일목요연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보기 힘든 해외 박물관 소장품을 다수 소개하고 있는 점도 특색이다. 아마 독자들은 나름대로 기호에 따라 눈을 휘둥그레 할 보물과 만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시카고미술관에 소장된 청자 백조(白鳥) 모양 주전자다. 유홍준 저자가 “이런 환상적인 구성의 청자 주전자는 국내에도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천하 명품이라 꼽는 문화재다. 암탉처럼 귀엽고 앙증맞은 백조의 자태와 의관정제한 사람이 물 넣는 입구를 받쳐 들고 있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샌프란시스코 동양미술관의 책거리 8폭 병풍 역시 웬만한 독자의 눈에는 새롭게 비칠 터이다. 책거리란 책과 그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말한다. 병풍은 서화 혹은 꽃과 나무처럼 자연을 그린 그림을 떠올리기 쉽다. ‘책거리’는 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다.
책에 실린 보물 중 이채로운 것은 고려불화다. 그중 가장 압권은 일명 ‘물방울관음도’다. 일본 센소지에 소자오딘 ‘수월관음도’는 그 섬세함이나 특이함에서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특별전시전이란 이름으로 열리는 고려불화에는 우리나라 국민이면 꼭 알아야 할 사연이 담겨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고려불화는 약 160점. 그러나 그 ‘실체’가 근래에 와서 새롭게 고증된 것이다. 즉 그동안 아름답다는 사실은 전해져왔으나 실물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자. “그러던 중 일본의 미술사가 구마가이 노부오(熊谷宣夫)가 1967년 ‘조선학보’ 제 44집에 실은 ‘조선불화징’이란 글을 통해 고려 및 조선초기 탱화 70여점이 일본에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공개했습니다.”(문화일보) 이 중 ‘수월관음도’는 우리의 유물임에도 불구하고 센소지 측이 공개를 거부함으로써 ‘겨우 겨우’ 그 모습이 공개됐다. “‘물방울관음’은 과연 천하명작이었다. (중략) 본래 명작이란 사진 도판으로 익혀온 탓에 실제 작품을 보면 무덤덤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 물방울관음은 달랐다. 예리한 선묘와 품위있는 채색은 도판에선 전혀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일으켰다. 나도 모르게 ‘아! 숭고하고 아름다워라!’라는 찬사가 절로 나왔다.” 유홍준 교수의 뛰어난 점은 문화재를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함과 동시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읽는 이들이 새롭고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지도록 이끈다. 이번 책에도 그런 점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북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