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동 염주주공아파트 전경
광주 서구 염주주공아파트가 지상 30층 높이의 아파트로 재개발된다고 한다. 재개발은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시발전을 가져와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불과 30여년이 조금 넘은 아파트를 부수고 다시 짓는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외국은 건물 수명이 50년은 기본이고 100년 넘는 건물이 대부분인데 우리나라는 30년만 되면 부술 생각만 한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 정도로 건물이 노후화되었다면 건축기술에 문제가 있거나 날림공사를 했다는 반증은 아닐런지 궁금하다.
더욱이 우리나라 아파트 대부분은 사업성만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아파트의 디자인 감각은 사랒빈 지 오래다. 이웃 중국의 아파트 건축 디자인 수준만도 못한 실정이어서 더욱 그렇다. 우리날 아파트를 보면 무슨 박스를 갖다놓은 듯한 인상이다.
광주 서구는 화정동 염주주공 주택재건축정비사업에 대해 지난달 31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내주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재건축 건축물에 대한 조합원별 분담금 등 사업 권리 배분을 결정하는 단계다. 철거와 착공 전에 이뤄지는 마지막 행정 절차다.
현재 염주주공아파트에는 빈집을 제외하고 600여명이 살고 있다. 다음 달 이주를 시작해 하반기 착공할 것으로 보인다. 염주주공은 1985년 건립한 아파트단지로 2013년 1월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되어 2014년 3월 조합설립 인가, 지난해 8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다.
이번에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지하 3층∼지상 30층 아파트 18개 동 1천976세대가 들어선다고 한다. 포스코건설이 시공한다.
문제는 광주의 도시재개발이 고층아파트 위주로 진행되면서 주변의 도시경관과 어울리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때는 식인종이 우리나라 아파트를 보면 김밥이라고 대답할 것이라는 우스개말이 회자된 적도 있었다.
아파트단지를 찾는 시골노인들은 물론이고 젊은 사람들도 지인을 방문하는 경우 어느 아파트단지를 찾아가도 동호수를 잘 모르면 헤매이기 일쑤다.
바로 인근의 화정동 힐스테이트아파트가 그런 예이다. 지난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 선수촌으로 건설된 화정동 힐스테이트는 도로를 두고 3곳에 분산되어 지어졌지만 전체적으로 디자인 감각을 찾기 어렵다. 다른 아파트단지와 외양에서 볼 때 별다는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효율성에만 급급한 나머지 문화도시의 디자인 감각은 사라진 채 시커먼 절벽아파트가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저녁이면 어두컴컴하고 낮에도 서구청 등 멀리서 바라보면 커다란 절벽이 서있는 듯한 모습이어서 도시경관을 상당히 해치고 있는 실정이다.
염주주공아파트 재개발도 조합과 사업자의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가 우려된다. 광주시와 서구가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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