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 개, 1987, oil on canvas, 72.8×91cm
하정웅 컬렉션의 진수를 맛보는 전시회가 이번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992년 지방공립미술관 최초로 건립된 광주시립미술관의 소장품 부족 때 하정웅 선생이 이듬해부터 지금까지 모두 2,523점을 기증했다.
이로써 광주시립미술관은 다양한 전시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소장품을 구축하고 기획전을 여러차례 추진해왔다.
그 가운데 이번 전시는 하정웅 수집의 시작이자 컬렉션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1차 기증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고 한다.
하정웅 선생이 그동안 기증한 작품은 1993년 212점을 시작으로 1999년 471점, 2003년 1,182점, 2010년 357점, 2012년 80점, 2014년 221점 등 총2,523점에 이른다.
그는 광주가 부모의 고향과 가까운 곳이고,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와 광주 시각장애인들과의 인연 등을 생각하여 기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정웅컬렉션은 사회적·정치적으로 불우하고 소외 받은 사람들이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는 기도와 위령의 의미를 지닌 미술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하정웅은 5·18을 겪은 광주의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 특히 1980년대초 하정웅은 일본과 광주를 70여 차례 왕복하면서 광주시각장애인 회관 부지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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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옥, 개, 1987, oil on canvas, 72.8×91cm |
특히 1차 기증은 하정웅컬렉션의 핵심을 이루는 작품들로서 전화황(92점), 곽인식(38점), 곽덕준(42점), 문승근(11점), 송영옥(17점), 이우환(12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이후 하정웅 기증은 1차 기증을 보강해 나가고 컬렉션의 성격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추가되어 왔다. 현재는 각 작가마다 전 시기 및 전 시리즈를 갖추고 있어 하정웅컬렉션만으로 각 작가의 전모를 살펴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가들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겪었으며, 60년대 이후 일본의 경제적 호황 속에서 벌어진 다양한 미술활동의 전개를 몸소 체험한 세대들이다.
전화황과 송영옥, 조양규는 해방이후 분단조국의 암울한 시대상을 배경으로 역사적·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사실적 어법의 작품을 추구하였고, 곽인식과 이우환, 문승근, 곽덕준은 모더니즘 미술경향을 적극 수용하여 전위적·실험적 태도로써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일궈냈다.
이 전시는 광주시 서구 농성동 하정웅미술관에서 11월 1일부터 2018년 2월 25일까지 열린다.
jis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