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저녁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북한을 위협하는 비행을 해 자칫 전쟁상황까지 몰고갈 수 있을 정도로 한반도를 위험상태에 빠뜨렸다.

중요한 사실은 이같은 미국의 행동이 사전에 우리 측에 알렸는가이다.

24일 저녁 SBS보도에 따르면 미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한국 시간으로 어젯밤 예고 없이 NLL 즉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한 쪽 국제공역을 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흔히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이 전략폭격기 랜서는 북한 쪽 동해 국제공역에 출격시켰다. 이 랜서는 어젯밤 괌에서 한반도로 날아왔는데 일본 오키나와에서 발진한 F-15 전투기의 호위 속에 무력비행을 했다는 사실이다.

동아일보는 25일 새벽 이같은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는데 23일 오후 11시 반경. B-1B 2대가 F-15C 6대의 호위를 받으며 도착한 목적지는 강원 원산에서 동쪽으로 350km가량 떨어진 북한 측 동해의 공해상이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소식통에 따르면 공해상에는 이들 외에 조기경보기, 헬기, 수송기, 공중급유기(KC-135)까지 10여 대에 달하는 세계 최강의 미군 공중 전력이 한꺼번에 모여들어 24일 오전 1시가 넘어서까지 압도적인 위세를 과시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후방 지원 전력까지 감안하면 무려 30∼50대가 동원된 대규모 작전이었다는 관측도 있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B-1B가 대북 무력시위나 지형 숙지 훈련을 목적으로 한반도에 전개된 역사상 가장 많은 미군 공중 전력이 투입됐다”면서 “이 정도 규모면 미군이 단독으로 대북 타격을 하려 한 것으로 봐도 될 정도”라고 전했다.

미군이 장기 작전을 염두에 둔 공중급유기를 비롯해 ‘탐색구조전력’(전투기 피습 시 적진에 침투해 아군 조종사를 구조하는 부대원 및 헬기 등 특수전력)까지 동원한 건 북한의 맞도발로 인한 실제 전쟁 상황까지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 국방부는 21세기 들어 폭격기와 전투기를 통틀어 이번이 비무장지대 최 북쪽으로의 비행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위협도 무찌를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을 갖고 있다는 결의와 메시지를 보여준 거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미군 폭격기와 전투기 호송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행사에서 남한과 북한 국경에서 가장 먼 지점 북쪽으로 날아갔다고 보도하고, 미 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 대나 화이트(Dana White)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조치는 미국의 결의를 시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모든 위협을 극복하기 위한 군사 옵션을 많이 갖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랜서는 핵무기를 장착하진 않지만 미 전략폭격기 가운데 가장 빠르고 지하벙커까지 타격 가능한 벙커버스터를 포함해 가장 많은 폭탄을 실을 수 있는 전략폭격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전후인 지난달 31일과 지난 18일에도 도발 억지력 차원에서 한반도에 출격한 바 있지만 이처럼 북방한계선까지 출격하지 않았다.

이번 비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치광이 김정은 정권을 다룰 수 있다고 공언한 이후에 또 북한 리용호 외무상의 유엔 총회 연설을 앞두고 이뤄졌다.

이에 중요한 사실은 이번 미공군의 무력위세가 우리 정부에 사전에 알렸는가 아닌가의 문제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공격은 우리 정부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발표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인서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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