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주장을 펼치기 위해 상대방의 중요 시설을 점거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국가의 최고의결기구인 국회가 그렇고 툭하면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실이나 기관의 로비가 점거되거나 농성장으로 변모한다.

대학도 그렇다. 대학갈등이 대학내에서 해결되지 못한 채 밖으로 밖으로 확산시키는 것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대학이 무슨 상아탑이며 학생들에게 무엇을 교육시킬 수 있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조선대학교 제2기 이사 즉각 퇴진 및 국민 공익형 이사회 실현을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14일 조선대 본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사장실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범대위는 "2기 이사 전원 퇴진과 민주적 임시이사 파견 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며"그동안 무능과 비리·무책임으로 '이사회 부존재' 사태를 부른 2기 이사회는 3기 이사회를 선출할 어떤 능력도 자격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범대위가 엄밀히 따져 대표가 이 대학 교수인데 시민범대위인지, 시민은 몇명이나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 없어 이름만 내건 범대위는 아닌지 의문스럽다. 구체적인 명단을 발표해주면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조선대학교 학장협의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 임기 만료로 긴급사무처리권에만 의존한 파행적 운영으로 학습권, 교수의 연구와 교육, 행정업무마비, 학교의 대외적 이미지 훼손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사진의 즉각 퇴진과 교육부의 현명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선대학교가 법인 이사회 구성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는 시민사회로 확산되는가 하면 광주시의회마저 여기에 동조하는 성명을 내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조선대가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한 근본적 이유는 정이사 체제전환 과정에서 부정부패·비리 집단인 구 경영진을 대학에 복귀시켰기 때문"이라며 "국민 공익형 이사회가 구성돼야 한다"고 성명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례를 만들고 규칙을 만드는 의회마저 제도의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성명을 내는 배경에 정확한 사태를 판단하고 성명을 낸 것인지, 아니며 어떤 의원이 다른 세력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는 현재의 조선대 법인 정관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관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2기 이사회는 정관 개정을 할 수 없는 이사회이므로 자격이 없고 결국 현 정관대로 3기 이사회를 구성한 뒤 공익형 이사제의 정관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는 조선대 법인의 백정훈 사무처장의 지난 6월 14일 '눈물편지'를 보면 정관 및 재정 문제로 현재로서는 공익형 이사제는 도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어쨌든 이 모든 것들이 무시된 채 2기 이사회에 대한 퇴진 요구가 확산되고 구성원들이 이사장실 점거농성에 들어가는 등 반발하고 있어 오는 25일 열리는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어떠한 판단이 내려질 지도 주목된다.

조선대 법인 이사회는 지난 2월 25일 7명(정원 9명, 2명 사퇴)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아직 후속 이사 선출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이사회 구성을 위해서는 우선 3명의 개방이사 선임 절차가 먼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사회와 대학 구성원의 갈등으로 선출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이런 상태를 만들어가는 것은 분명 누군가 뒤에서 임시이사를 들여오려는 또다른 획책이 아닌가하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이는 임이시사를 반대하는 교수들의 모임이라는 단체에서 낸 9월 14일자 글에서도 알 수 있다.

하루빨리 조선대 내부갈드잉 해결되고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대학으로서 제자리를 잡아가길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싶다.

정인서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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