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45억원 규모의 도시철도 2호선 차량시스템 입찰에 응찰한 두 업체 가운데 한 업체가 입찰가를 내지 않았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22일 광주도시철도 2호선 차량시스템을 결정하는 입찰이 유찰됐다.

광주시는 22일 1천345억원 규모의 도시철도 2호선 차량시스템 납품을 위한 조달구매 입찰 제안서 마감 결과, ㈜우진산전과 현대로템㈜ 등 2개사가 응찰했으나 한 회사의 서류 미비(입찰가 미등록)로 결국 유찰됐다.

시는 입찰가 미비를 중대 하자가 아닌 단순착오로 해석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단순착오일까?

만약 이 사업에 3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고 입찰이 유효하게 진행되어 어떤 업체가 낙찰됐다면 입찰가를 쓰지도 않고 입찰서류를 낸 업체의 최고경영자나 실무자는 그 회사의 주주에게 무슨 변명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들에게 사직하라고 질타할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서류를 허술하게 낸 업체는 다음 입찰에 다시 응찰해 낙찰받을 경우 공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조달청에 의뢰해 추진한 입찰이 유찰됨에 따라 다음 달 6일까지 제안서를 다시 받은 뒤 14일 우선협상 대상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때는 단독 입찰 조건이 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이번 입찰은 도시철도에 들어가는 차륜(車輪) 방식을 결정하는 것으로 고무와 철제바퀴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고무 바퀴는 진동과 소음이 적은 반면 승차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철제 바퀴는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에너지 소비가 적은 반면 초기비용이 많은 점이 단점으로 통상 알려져 있다.

고무는 우진산전이, 철제는 현대로템이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답은 정해진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한 업체가 입찰가에 신경쓰지 않고 형식적인 서류를 내다가 입찰가를 빠뜨린 채 내놓은 것은 아닌지 의혹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국제입찰도 가능하지만, 완성품 납품이 아닌 국내 조립이 전제 조건이어서 생산공장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해외기업들은 국내 입찰에 나서지 않고 있어 사실상 국내업체 간의 경쟁이다.

결국 국내 업체 2곳 중 1곳이 될 전망이다. 그래서 초기부터 '짜고 고스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계약 업체는 발주처 요구에 맞춰 2019년 6월까지 차량 제작 설계를 마치고 2024년까지 3단계로 나눠 납품한다. 토목과 궤도 등 공사 분야 실시설계를 최근 착수했으며 차량 등을 뺀 신호 분야는 다음 달 발주할 계획이다.

2호선은 광주시청∼월드컵경기장∼백운광장∼광주역∼첨단∼수완∼시청으로 이어지는 41.9㎞의 순환선으로 모두 3단계로 나눠 공사한다.

최종 완공 시점은 2025년이다. 기본설계 기준 예상 소요 사업비는 2조549억원이다.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재입찰로 보름가량 지연됐지만 현 시장 임기 내 착공 등의 원칙은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답변이라면 결국 현 시장 임기내 착공해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선거직 지자체장 제도에서 뭐든지 임기내에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도다른 커넥션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도시철도 2호선의 경우 경비도 줄이고 문화도시 이미지에 맞는 트램 방식도 내부적으로 적극 검토했다가 발표 시점에 갑자기 저심도로 바꾸게 된 배경도 석연치 않다.

정인서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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