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번에 보고한 사업계획서 가운데 광주시와 협의 중인 공공용지에 ‘신 교육청사’를 짓겠다며 인위적이고 일방적으로 사실을 왜곡시킨 것은 광주시민들을 우롱한 처사요, 광주시를 우습게 여겼던 대목이다.

여론의 도마에 오른 사람은 교육계 수장인 장휘국 교육감이다.

장 교육감은 17일 오후 세종시 교육부를 방문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면담하면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4가지 현안 가운데 하나인 광주시교육청 신청사 이전은 사실이 아닌 허위임에도 임의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교육청사 이전 대상 부지는 서구 치평동 옛 상무소각장이며, 규모는 4만9천585㎡(1만5천평)으로 광주도시공사 소유로 돼있다.
지난해 말 상무소각장이 폐쇄되면서 활용방안을 둘러싸고 광주시와 인근 주민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태다. 주민들은 편익시설로, 광주시는 수익창출을 위해 아파트 건립을 하겠다는 상반된 입장이다.

이런 와중에서 광주도시공사는 지난해 8월부터 해당부지에 공공주택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에 들어갔으나 사장의 공석이 장기화 되면서 흐지부지 된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시공사는 임원추천회의에서 올린 사장추천 후보들이 윤 장현 시장에게 퇴짜를 맞거나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 여태껏 8개여월 동안 공석인 상태다.

하지만 장 교육감은 이런 공공용지를 '교육청 신청사 예정지'라고 표기한 자료를 임의적으로 만든 뒤 이를 김 교육부 장관에게 보고를 한 셈이다.현 시가를 평당 550만원을 계산할 때 800억원을 웃도는 부지 매입비가 필요함에도 공시지가를 적용한 350억원이라는 보고서를 만든 것도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광주시교육청은 이 부지에 대한 매도 의사를 광주도시공사에 구두로 타진한 뒤 현실성이 없자 지난 13일 매도 협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형식적으로 보냈으나 회신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장 교육감은 4일 만에 일통을 저지르고 말았다.
정부지원 요청 자료에 '교육청 신청사 예정부지'라는 자료를 그럴싸하게 포장해 김 장관에게 보고했으니 말이다. 들통이 난 것은 당연하다.

이런 거짓보고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시교육청은 이렇게 강변한다.
"그간 도시공사와 매도 의사를 구두로 논의했다. 공문도 두 차례 발송했다"며 "허위사실이라기 보다 현안 사업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자료가 만들어진 거다. 이해 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광주도시공사 측은 "해당 사업부지를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목적으로 개발 예정인 만큼 매도 의사가 없음을 시교육청 측에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교육부 장관 제출 자료로 작성된 것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장 교육감으로서는 현 화정동 청사가 1988년에 건축된 거라 공간이 비좁아 이전이 불가파한 측면이 있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현 문재인 정부를 우롱이라도 한 듯이 거짓보고를 하는 것은 도덕적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느 교육감보다 혁신과 선명성을 강조해왔던 장 교육감의 이중적 행태는 '광주 교육행정'에 신뢰를 훼손하고도 남음이 있다.

장교육감은 앞서 궁상맞은 '외상 연수'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각 교육청이 분담해야 하는 예산 2천500만원에 대해 광주시의회의 승인 없이, 그것도 본회의를 불참하면서 까지 해외연수를 다녀와 뒤늦게 예산서를 제출한 바 있다.

절차적 정당성에 흠결을 남긴 ‘외상연수’에다 광주시와 147만 광주시민의 여론을 무시한 장 교육감의 처사는 아무래도 덜 떨어진 ‘교육행정’에 불신을 가중시키고 만 셈이다.

그런 교육감을 보고 성장할 청소년들에게 “거짓말은 이렇게 해도 괜찮다”고 시범을 보여주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박병모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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