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건축 설치작가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대형 풍선을 이용해 미래사회의 생태계를 읽고 국경없는 공동체의 삶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는 전시를 연다.

세계가 주목하는 예술가이자 건축가인 토마스 사라세노(Tomas Saraceno)의 대규모 신작 작품인 ‘행성 그 사이의 우리’(Our Interplanetary Bodies)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표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전시로 여겨진다.

더욱이 문화전당의 대형공간에 맞춰 작품을 제작, 관람객에게 선보여 공간성의 이미지에 맞는 소리와 빛 등의 효과적인 연출도 이루어졌다.

태양계를 상징하는 아홉 개의 거대한 구(球)와 미묘한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지지직거리는 저주파 사운드, 어둠 속에 거미집을 만들어나가는 살아있는 거미까지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

13일과 14일 기자단을 위해 먼저 선보인 이 작품은 세계적인 생태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고 미래의 환경과 도시, 사회라는 관점에서 인류는 앞으로 어디에서 살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토마스 사라세노

사라세노는 “이 작품을 통해 국경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은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공기, 태양열 그리고 바람으로만 작동하는 에어로센(aerocene)은 지구상에서 기후학적 국경과 같은 신개념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가 경계선을 만들어 사람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인터넷이나 SNS와 같은 사이버공간이나 해외여행과 같은 자유로운 모험 등은 지리적인 인식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를 따라 여러 나라에서 장기간 머무르며 살았던 경험이 이러한 국경선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했다고 말한다.

사라세노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에서 현대예술을 수학한 후 예술·건축·자연과학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quasi feasible utopia)를 위해 예술적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사라세노는 천체 물리학, 대기의 열역학, 거미집(spider web) 구조를 연구하며 우주항공엔지니어, 생물학자, 물리학자들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시각화하기 어려운 사회적, 생태학적, 미래적 이슈들을 구체화하는 작가로 잘 알려졌다.

예를 들어 사라세노의 연작인 구름 위를 부유하는 초국가적 모듈도시 ‘클라우드 시티’(Cloud Cities)는 자유롭게 부유하며 지속가능한 건축의 새로운 모델을 실험한다.

이번 작품인 ‘행성 그 사이의 우리’는 2,317㎡에 달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1관 공간에 걸맞게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신작을 보는 셈이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빛을 발하는 크고 작은 구형물체들이 공간을 장악하며 공간 속에 떠있어 마치 우주에서 보는 태양계를 연상시킨다.

전시장 한 쪽의 전면을 차지한 거대한 검정 스크린에는 그 앞에 촘촘하게 지어진 거미집과 거미의 빛 산란을 통해 투영된 추상적인 점들의 예측불가한 움직임과 소리들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기운을 느끼게 만든다.

그는 특히 전시장 내부에 부유하는 먼지입자를 카메라로 포착해 이를 특수변환한 뒤 소리와 영상으로 만들고 그로 인한 생긴 저음파를 또 변환기를 거쳐 거미집에 진동으로 전달한다.

진동을 감지한 거미는 그에 반응해 움직이며 거미줄을 만들어나가는데 이는 곧 인간과 거미와의 교감, 생물과 비생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라세노는 “소통할 수 없을 것 같은 관계들이 미래에는 소통하게 될 것이라는 상상을 구현해 낸 것”이라며 “거미와 구, 소리 등 평상시에는 듣지 못하는 소리, 보지 못하는 풍경을 통해 새로움을 인식하게 되고 그런 요소를 우주의 ‘행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사(NASA)에서 보이저호를 통해 지구의 소리를 녹음한 적이 있는 것처럼 그러한 소리를 연상작용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이번 전시가 끝난 후 생태계에 대한 사회적 책임, 공동체로서의 공유와 소통을 위해 광주시가 공원이나 광장 등의 외부공간에 이 작품의 설치를 희망한다면 작품을 기증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구와 망, 줄이 연결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광주시가 설치할 의사가 있다면 작품기증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15일부터 내년 3월 25일까지 8개월 넘게 이루어진다. 휴관하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ACC 문화창조원 복합1관에서 열린다.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7시까지 연장한다.

관람료는 ACC 문화창조원의 다른 전시들을 함께 볼 수 있는 전시통합권 7천원이다.

정인서 기자 기사 더보기

jis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