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예산편성을 처음부터 주먹구구식으로 했거나 계획된 사업수행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국비 등을 반납하거나 사업을 접은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는 광주시의 담당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져 예산편성과 집행이 무원칙하고 졸속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광주시는 지난해 사용하지 못해 해를 넘긴 예산액이 1천억원을 훌쩍 넘고 이월액을 빼고도 남긴 잔액만 3천500억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광주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명시이월(明示移越) 913억원, 사고이월 473억원 등 해를 넘긴 이월액이 무려 1천688억원이나 됐다.

특히 예산을 편성했지만 쓸 이유가 없어 남긴 순세계잉여금(純歲計剩餘金)은 무려 3천497억원에 달했다. 이는 그해 사용을 못 해 다음해로 넘겨 사용하는 이월액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불필요한 예산을 편성했다는 의미다.

더욱이 이같은 순세계잉여금은 2012년 1천873억원에서 최근 5년 평균 16.9%씩 늘었다.

이러한 예산집행 잔액이 급증하다 보니 국가에 다시 반납해야 할 국고보조금도 2012년 59억원에서 지난해 9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국비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수행계획이나 담당자의 사업 수행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5·18사적지와 민주.인권.평화의 오월정신을 연계해 추진한 오월길 조성사업은 국비 10억9천만원 중 40%에 가까운 4억1천여만원을 반납했다. 이는 시민의 관심 사업인데도 사업 기간 과다 소요, 시비 미확보, 설계변경 등이 국비 반납의 주요 사유라고 예결위는 지적했다.

결국 오월길 조성에 따른 콘텐츠 확보라든가, 시민편의성, 사업 수행을 위한 시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것으로 반증된다.

비엔날레 도시로 명성을 쌓아온 광주시는 비엔날레 상징 국제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한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해놓고도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넘지 못해 용역비 4억여원만 낭비한 채 사업 자체를 접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도시에 걸맞은 사업수행보다는 단기적인 효과만 노리 꼼수 사업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택시감차사업도 지난해 4억4천만원을 편성했으나 한 푼도 쓰지 못한 채 국비 2억9천여만원을 반납해야 할 형편이다.

광주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순세계잉여금은 2015년과 비교해 무려 43%가 늘어난 것으로 애초부터 세입을 초과 계상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며 "잉여금 과다발생은 회계연도 독립원칙에 반하고 예산의 적기 집행 저해, 재원의 사장(死藏)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월금이 2015년 2천458억원과 비교해 800억원 가량 줄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정인서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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