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기념식다운 기념식이 열렸다. 6·10민주항쟁 30년 기념식이다.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인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6.10민주항쟁 30년 광주·전남기념행사위원회(이하 6.10행사위)는 10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 옛 전남도청 앞에서 '6월, 민주주의 꽃이 피다'를 슬로건으로 '6월 민주항쟁 30년 기념식'을 가졌다.

2007년 5월 2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어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이후 이날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합동 행사에는 현직대통령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두번째로 참석했다. 그동안 행사는 서울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광주는 YMCA 2층 무진관 등에서 주로 열렸다.

이날 광주 기념식은 오후 4시 종교단체별로 별도 모임을 가진 데 이어 5시 서현교회앞에서 민주대행진을 위한 정당, 시민단체, 종교계, 일반시민들의 행진이 5.18민주광장까지 진행되었다.

박춘애 전남중 교사(1987년 당시 전남대 총여학생 회장)

이날 행사는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한 기념식으로 87년 당시 삭빌식을 가졌던 전남대총여학생회장 출신인 박춘애(50·여·진남중 교사)의 사회로 남재희 신부(상임행사위원장)의 개회선언, 국민의례, 김상집 집행위원장의 경과보고, 이홍길 전남대 명예교수(상임행사위원장)의 기념사, 윤장현 광주시장과 김갑섭 전남지사 권한대행의 축사, 내빈소개, 사드 등 현안보고, 30주년 선언문 채택, 만세삼창, 문화행사 순으로 진행됐다.

남재희 신부는 개회사를 통해 "고 박종철 열사, 이한열 열사를 비롯해 수많은 열사들의 목숨을 건 투쟁과 시민들의 끈질긴 저항으로 6월 항쟁을 만들었다"며 "2017년 촛불혁명으로 완성됐다. 위대한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어 남 신부는 "6월 항쟁은 깨어있는 시민의 비폭력 평화 실천, 자치 자주 실천, 대동세상 실천이었다"며 "30주년을 맞아 항쟁의 정신으로 우리나라를 정의와 원칙에 기초한 민주, 인권, 평화가 활짝 피어나는 나라로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한다"고 선언했다.

이홍길 교수는 기념사에서 "한 세대를 지나 광주의 오월은 대한민국의 오월이 돼 촛불혁명으로, 민주·민권 승리의 금자탑으로 찬연한 부활을 이뤘다"며 "그것은 6·10항쟁이라는 거국적 항쟁을 겪고 나서야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희생한 고귀한 젊음에 우리 모두가 빚지고 산다"며 "촛불혁명의 성공을 알려 열사들의 영생을 손 모아 축원한다"고 덧붙였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축사를 통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모든 분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6월 항쟁은 군부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염원하다 국가폭력으로 짓밟힌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밝히고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윤 시장은 또 "광주가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지역 간 연대를 통한 국민대통합과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다운 나라를 굳게 세우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갑섭 전남지사 권한대행도 축사에서 "200만 도민과 함께 6월 항쟁 정신을 이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기념식은 6·10 광주전남 행사위가 SNS(사회관계서비스망) 등을 통해 모집한 1987명의 시·도민 추진위원들이 작성한 6·10민주항쟁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뒤 마무리됐다.

특히 이날 30주년 선언문은 시·도민들로 구성된 ‘6월항쟁 30년 광주·전남 1987명 추진위원회’가 직접 작성하고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무대에 나선 시민 8명은 선언문을 통해 “6월 민주항쟁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을 물리친 5·18민중항쟁의 승리”라며 “지난해 박근혜 부패정권에 맞선 위대한 촛불시민항쟁으로 미완의 6월 항쟁이 30년만에 완성됐다. 민주의 승리, 시민 승리 역사 바로 그 자체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6월 민주항쟁 정신을 계승해 적폐청산과 민주개혁을 이어갈 것”이라며 “5·18의 연장선에 있음을 다시 확인하며 5·18의 뜻을 계승하기 위해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이뤄나갈 것이다”고 선언했다.

참석자들은 기념식 이후 이어진 문화제를 즐기며 6월항쟁 정신을 기렸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최측에서는 주먹밥을 만들어 나누어주는 등 항쟁정신을 기리는 자리도 마련했다.

한편 시민들과 6월 항쟁의 정신과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오는 6월30일까지 전남도청 1층 로비에서는 사진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7월26일부터 8월18일까지는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 기획전시전을 선보인다. 6월항쟁역사전시회(1987 우리들의 이야기 – 광주이야기) 특별전이 9월 30일까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도 열린다.

6월 민주항쟁 30년 기념사업도 추진된다. 6·10 행사위는 3대 사업으로 역사 기록, 기념식 및 기념행사, 민주시민교육을 선정했다. 광주와 전남지역 6월 항쟁 관련 자료 수집 및 정리와 기록 작업, 항쟁전사 발간, 6월 항쟁 정신 계승을 위한 교육사업 등에 나선다.

항쟁의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구술채록과 역사기록물을 수집을 진행하고 있으며 6월 항쟁 30주년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송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토론회도 진행한다.

이 밖에도 행사위는 디자인 공모를 통한 표석 설치, 학술토론회, 청소년 대상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다.

6월 민주항쟁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이어 4․13호헌조치가 발표된 데에 맞서 그해 6월 5일 이한열 연세대생의 최루탄 사망사건으로 인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대학생과 직장인을 중심으로 일어난 민주화운동이다. 이로 인해 직선제 개헌 약속을 담은 노태우 대통령의 6․29선언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됐다.

김수아 시 인권평화협력관은 “4․19, 5․18, 6월항쟁, 촛불혁명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광주시민이 있었다”며 “이번 행사에 많은 시민들이 민주대행진과 기념식에 함께해 6월항쟁 의미를 되새기고, 국민 대통합과 더 성숙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함께 뜻을 모으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인서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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