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다시 함께 지역발전을 위한 손을 잡았다. 1천년 전 전라도라는 이름을 얻은 뒤 광주와 전남북 3개 시도가 전라도 정도(定道) 1천년을 맞아 힘을 합쳐 상생의 결속을 다지는 행사들을 벌인다.

2018년 10월 18일은 고려 현종 9년(1018년), 전라도(全羅道)란 이름이 만들어진 지 1천년이 되는 날이다. 전라도의 명칭은 전주와 나주의 앞글자를 따 만들어졌다.

근대 들어 지역의 분리로 인해 끈끈한 유대를 가졌던 지역간에 서먹한 거리감이 만들어졌다. 이제 정도 1천년을 맞아 3개 시도는 '전라도 천년 기념일'을 정하고 문화유산 복원 등 그해 10월 15일∼21일 기념주간에는 다양한 문화·학술행사도 연다.

광주·전남·북 3개 시·도는 29일 나주에서 호남권 정책협의회를 하고 내년을 전라도 방문의 해로 정하는 등 7개 분야 30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된 전라도 천년 기념사업을 확정해 발표했다.

7개 분야는 전라도 이미지 개선, 천년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천년 기념행사, 학술 및 기념행사, 문화유산 복원, 천년 랜드마크 조성, 천년 숲 조성 사업 등이다. 올해부터 시작한 일부 사업을 포함해 2024년까지 추진하며 예상 사업비는 4천623억원에 달한다.

2018년 전라도 방문의 해를 맞아 한(韓)마당 페스티벌, 광역투어버스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관광객 유치와 국내외 관광 홍보를 전개한다. 전라도 이미지 제고를 위해 천년 역사를 담은 천년사를 편찬하고 슬로건과 엠블럼 제작, 대국민 캠페인 홍보 등을 하기로 했다.

천년이 되는 2018년에는 다양한 기념식을 연다. 광주는 새해 첫날 천년 맞이 타종식, 전남은 3월에 천년 가로숫길 조성 기념식, 전북은 전라도 명칭이 등장한 1018년을 기념해 10월 18일에 천년 기념식을 한다.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선보이고 전라도의 미래비전을 정립하는 학술행사도 있을 예정이다. 전라도 천년의 역사와 문화, 새로운 미래를 상징할 랜드마크도 조성한다.

광주에는 천년의 빛 미디어 창의파크, 전북에는 전라도 새천년 공원, 전남에는 전라도 천년 정원을 조성한다. 광주 희경루, 전주 전라감영, 나주목 관아 등 전라도 천년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복원해 역사적 가치를 높인다.

전남은 서남해안선을 잇는 천년 가로숫길을, 광주와 전북은 무등산과 지덕권에 생태문화 기반과 치유 숲을 조성해 후손을 위한 유산으로 남길 계획이다.

기념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호남권정책협의회 밑에 기념사업 총괄 태스크포스(TF)와 실행 TF를 둔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이밖에 호남권 관광벨트 구축, 전라선 고속철 증편, 세계 호남인의 날 행사 등 상생 협약안을 논의했다.

광주·전남북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는 전라도 천년을 맞아 3개 시도가 함께 손잡고 역사를 재조명·재정립하고 왜곡된 이미지 개선, 지역 정체성 회복과 자긍심 고취 등에 나서는 것"이라며 "화합과 상생을 통해 전라도가 새롭게 도약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기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호남권정책협의회는 2004년 구성된 후 2008년 중단됐다가 2014년 민선 6기 들어 재개돼 매년 두차례 열리고 있다. 교통, 문화,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력과제를 발굴 추진하는 등 호남의 공동 발전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라도 정도 1천년 사업에 대해 문안식 전남문화재연구소 소장은 페이스북에서 비전과 관점이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전라도의 정도1천년을 기회로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아우르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소장은 "전라도 천년 기념사업. 어제 세 사람, 호남 지도자들의 악수하는 모습을 tv에서 봤다. 그리고 사업의 내용을 들었다. 비전과 관점의 부재. 좋은 소재를 완전히 망쳐 놓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문 소장은 내 옆에 있던 불교미술 전공자가 말한다. “전라도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천 년으로 축소하고 말았네,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 치르는가?”

과거(1018년 이전)와 현재(1018년- 2018년) 그리고 미래의 전라도 모습과 비전을 담아야 하는데. 경상도와 충청도 행정과 지식들이라면 저렇게 계획과 콘텐츠를 제시할까. 부끄럽다. 자괴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정인서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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