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에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했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남이 들고 있으면 더 좋아 보이기도 한다. 제 주머니보다는 남의 주머니 것이 더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관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 회사 직원은 들어올 때부터 보아왔기 때문에 어린 모습의 선입견이 있다. 그 뒤로 열심히 노력해서 상당한 변화를 이루었으나 조직내 상사들에겐 그의 어린 기억만 남아있다.

그러나 조직의 상사들은 다른 조직의 사람에 대해서는 부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부족해도 그의 과거를 모르기 때문에 현재 모습만 보고 그를 높이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윤장현 시장이 그런 모습인 것 같다. 인적 쇄신을 한다면서 산하 기관장 사표를 몽땅 받아놓고 공모절차를 진행해 응모자들이 지역인물들이라면서 윤 시장의 기억만으로 그를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광주시 산하기관장 공모는 올 초부터 시작됐다. 8곳 중 4곳에서 '적격자 없음'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시장의 마음에 든 사람이 없어 낙점하지 않았다 한다.

물론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적격자가 없어 추천하지 않은 곳도 있지만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거쳐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이 됐는데도 윤 시장의 '계산'에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잡한 공모절차를 거칠 필요가 뭐 있는가?

제도적 절차 때문에 이런 힘든 일을 하기보다는 어떤 기관이든 윤 시장의 마음에 든 사람을 공개적으로 추천하고 형식적인 절차를 밟아 올리면 도장을 찍는 간단한 절차를 밟으면 될 일 아닌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역에서 오래 살아오고 열심히 살아온 인물이 공정하고 신뢰받는 인물, 경영능력이 평가된다면 충분히 자질이 있다는 생각이다. 타지 사람이 단순히 경영능력만 뛰어나다고 해서 우리 지역 기관에도 적합한 인물인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대기업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중소기업 임원으로 데려다 놓으면 오히려 일을 못한다. 몇년전 광주경총 특강에서 코오롱 임원이 한 이야기이다. 대기업에는 대기업 구조에 맞는 사람이 시스템적으로 역량을 발휘하는 데 반해 중소기업에는 시스템이 없다시피 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역을 뛰어넘어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재찾기에 나서고 있다"며 "적임자가 없다는 말은 그만큼 객관적인 인재를 찾고 있다는 방증이다"고 해명했다지만 이것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이야기이다.

윤 시장이 초기에 임명했던 기관장들이 사실상 '정실인사'였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 부적격자를 선임했고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윤 시장은 마이동풍 마냥 듣지 않았다. 이제 와서 새롭고 객관적인 인재를 찾는다는 것 또한 우습지 아니한가.

오히려 의사 출신이며 한 번도 행정 경험이 없는 윤 시장도 대단한 광주 시정을 꾸려가고 있지 않은가. 건전한 생각과 폭넓고 창의적인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산하기관을 충분히 꾸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분야에 완전한 문외한이라면 모르겠으나 오랫동안 열심히 살아왔고 전문적인 역량,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라면 걱정없이 한 조직을 이끌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너무 염려하지 말고 그동안 추천되었거나 아니면 지금 진행 중인 기관 중에서 추천된 인물 가운데서 선정해도 그리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듯 하다.

너무 속단하지 말고 지역인재를 믿었으면 좋겠다. 광주가 그렇게 인재없는 별 볼 일 없는 지역은 아니지 않은가.

정인서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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