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이사회가 말썽이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어영부영 하다가 임기기 다 닥쳐서 차기 이사회 선임을 놓고 내심 자리 지키기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임기가 끝나고 마음을 비우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제2기 조선대학교 이사회는 3년 임기가 끝났다. 그 과정에서 개방이사 추천 방안을 논의했으나 임기끝난 이사회가 대학구성원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사진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여기에 교육부는 4월 1일까지 새 이사진을 선임하지 못하면 임시이사를 파견한다는 방침이다.

조선대 이사회는 16일 오후 광주 프라도호텔에서 제89차 이사회를 열어 새 이사진 구성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도 개방이사 추천권한 문제를 놓고 합의하지 못해 23일 다시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16일 이사회 때는 이사 7명이 참석했다. 개방이사 추천권한을 구성원에게 주자는 안과 교육부에 일임하자는 안 2가지를 놓고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구성원에게 위임하자는 안 3표, 교육부에 일임하자는 안이 4표로 나와 정족수 9명의 과반수인 5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조선대 이사회는 학내 구성원인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선출한 개방이사 3명과 구재단 측 인사 3명, 교육부와 학교 측 인사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지난달 25일로 이사들의 임기가 끝났지만, 교수·직원·총동창회로 구성된 대학자치운영협의회(대자협)와 법인 이사회 간 이견으로 개방이사 추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사회는 1월 초에 개방이사추천위원 5명을 선임해 대자협에 통보했으나 대자협은 이들이 편중된 인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실 이 당시 지난 2기 개방이사 선임방식대로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또 대자협은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선대 이사진으로 광주시장, 광주시교육감, 전남도지사나 이들이 추천하는 공직자로 4명의 공공부문 추천 이사를 구성하는 국민공익형 이사제를 골자로 발표했다. 그리고 대학 구성원 대표 이사 2명, 지역과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개방이사 3명 등 9명을 이사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대자협도 문제다.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도 규정을 무시해가며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구성원들이 제시한 국민공익형 이사제는 법인 정관에도 없는 이야기이다. 물론 서둘러 정관을 바꾸면 될 일이지만 이것 또한 절차상 난관이 있다.

법인 이사회측은 23일 마지막 이사회가 있는 만큼 최대한 의견을 모아 좋은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조선대는 1988년 박철웅 전 총장 일가가 물러난 후 2009년 말 21년 만에 임시이사 체제를 종료하고 정이사가 선임됐다.

학내 반발 등 우여곡절 끝에 2010년 1기 이사회가 출범했지만 학내 갈등이 계속됐다. 구법인 이사가 3명이나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재단의 대학 장악음모가 있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1기 이사들은 임기가 끝났지만 3기 이사 선임을 차일피일 미루며 1년여 동안 이사의 권한을 행사했다. 교수 채용부터 각종 공사들이 진행됐다. 일부에는 이사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우려곡절 끝에 2014년 2기 이사회가 구성됐다. 개방이사 3명이 포함됐지만 학교 자치기구들이 원했던 '구 경영진 완전 축출'에는 실패했다. 일반이사로 3명의 구재단 추천 이사들이 진입했기 때문이다. 갈등이 계속됐다. 그렇게 임기는 시작됐고 3년이 지났다.

그리고 여전히 차기 이사 선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기 이사회와 2기 이사회의 이사장인 강현욱씨의 리더십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사장의 역량이 문제시된다. 3기 이사회 선임 문제는 정관대로 하거나 필요하다면 사전에 정관을 바꾸어야 할 일이었다.

요즘 정치권 이슈처럼 이사회가 끝장토론이라도 벌여 3기 이사회 구성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강 이사장이 이런 일들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오늘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다시 임시이사 체제로 전환될 지, 3기 정이사를 선택할 것인지, 조선대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것인지 이사들의 학교 사랑의 가늠자라고 할 것이다.

정인서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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