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결과만을 남겨둔 형국이다. 이미 추석 명절을 앞둔 12일과 13일에 사전투표가 실시됐기에 그러하다. 총 유효투표의 13%를 차지하는 교직원의 투표율은 60%대에 달한다. 교수들의 33,6%가 한 표를 행사했다. 뭐라 해도 선거 막판 변수는 선거인단 수의 76%를 차지하는 교수들의 표심 향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일에 치러질 제16대 조선대학교 총장 선거 투표일이 이렇듯 추석명절 앞뒤로 잡혀있어 첫 출마한 후보들에게는 다소 불리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슈를 선점할 만한 비전이나 정책이 내놓았다면 몰라도, 말하자면 ‘그저 그런’ 공약을 가지고는 조대 구성원들을 흡입력 있게 빨아들일 수 없었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역대 총장선거에서 보았듯이 매번 떨어진 후보가 인지도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속설이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4번째 도전에 나선 두 후보가 3강 구도에 들어있다. 물론 첫 출마한 교수라고 해서 경쟁력 면에서 뒤지는 것은 아니다. 다소 인지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그만큼 참신성이 있기 때문이다.

각 후보에게 선거 구도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자신을 꼭 포함시켜 3강 구도라고 얘기한다. 만난 사람마다 “꼭 당선되고 그렇게 될 거야”라는 립 서비스에 곧이곧대로 믿기에 그러리라.

하지만 7명의 후보자가 한자리에 모여 정견발표를 한데 이어 사전투표가 끝난 이후 선거판세가 요동을 치고 있다. 총장선거가 이리저리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키다 보니 1강2중 구도로 변해가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그러한 저변에는 “특정후보를 학내 특정세력이 밀고 있다. 역대 총장이라는 분이 지원사격을 하고 돌아다닌다. 심지어는 원로 정치인이 나서고 있다. 비선라인을 통해 자신이 원격조종할 수 있는 후보를 돕고 있다”는 믿기지 않는 소문이 나돌면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외부세력 개입에 표심이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특정세력이 의도되고 기획된 목적을 가지고 선거에 뛰어들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교수들이 드러내놓고 얘기하진 않지만 이에 반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리나 되는 짙은 안개 속에 있다’는 소위 ‘오리무중’속에 선거가 막판에 이르면서 1강2중구도로 재편된 것을 분석해보면 재미가 있을 성 싶다.

우선 선거에 필요한 실탄이 비교적 충분한 치대와 의대 외대 출신 후보가 초반에 3강 구도를 형성한 것은 그런대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어차피 의‧치대 두 후보가 특정고 선후배 관계인데다 3강 구도가 형성될 경우 합종연횡 내지는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총장은 ‘따놓은 당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밴드왜건 효과가 먹혀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섞인 기대는 물거품이 되면서 자연적으로 학내문제를 해결하는 적임자가 누구냐로 모아지게 된다.총장 후보 7명이 정견발표에서 속살을 드러내듯 털어 놓은 공통분모는 다름 아닌 ‘재정적립금 고갈에 따른 학내 위기설’로 모아진다.

이러한 처지에서 교직원들의 봉급은 타 대학보다 턱없이 높고 교수들의 국고보조금 수주 실적은 미흡하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등록금을 올릴 수도 없어 몇 년째 동결된 상태다.
말하자면 수입은 적고 지출이 많다보니 조선대 재정상태는 고갈 위기에 있다. 정견발표장에서 만난 한 교수는 “총장 후보들이 이제라도 재정위기를 공감하고 있는 게 다행이라”고 비아냥거린다.

현재 재정적립금으로 쌓아둔 돈은 841억에 불과하다. 조선대가 기본자산으로 적립하되 쓸 수 없는 최소한의 단위인 400억 원을 제외하고 나면 441억이 남게 된다. 구조조정 없이 교직원들과 교수 봉급, 그리고 시설물에 일정부분 투자하고 나면 2년 후면 바닥이 날 수 밖에 없다.

대학구성원들의 불안감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조대를 이끌어갈 총장으로서 시대정신과 비전, 리더십을 갖춘 후보인가, 누구라고 말할 것도 없이 구성원 모두에게는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총장 입후보자들이 낸 정책 자료집에는 각 후보들의 대학경영계획서가 들어있다. 대학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현재의 경영위기를 타개할 대안을 모색하고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후보자들의 생각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마는, 애석하게도 책상머리에서 연구만 해온 교수들인지라 그들이 그린 밑그림과 비전이 현실과 동떨어진 거라면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장선거는 비전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천할 리더십과 경험, 그리고 정관계와 재계, 그리고 중앙인맥이 끈끈한 후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선대 출신 사업가 최모씨는 “이제 대학 총장도 꼭 교수출신이 아니라 비즈니스와 연구를 겸할 수 있고 중앙과 인맥이 폭넓게 형성된 사람을 모셔오거나 총장 후보 자격을 줘야 할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한다.

후보들의 정견발표와 정책 자료집을 보면서 현실과 이상을 구체화시킬 수 후보가 오버랩된다. 그의 선거 슬로건은 이렇다.
오그라질대로 오그라져 당장 펴지 않으면 안 될 ‘재정기금 확충’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대학생들의 취업’이라는 두 트랙을 들고 나왔다. 그 대안으로 총장 직속으로 ‘선진국형 수입사업 추진단’과 전체예산의 25%를 차지하는 ‘국책사업 유치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견발표 때 얘기했듯이 자신이 대외협력처장이라는 보직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학발전기금으로 끌어들인 돈이 212억에 이른다. 중국의 호경그룹과 이미 수익사업을 체결했고,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학생 100명을 취업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후보를 드러내놓고 띄운다고 얘기한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다른 후보들이 추상적인 정책을 제시했다면 그는 실천적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구체적이고 확실한 대안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대세론’으로, 아니 준비된 총장 후보로 떠올랐을 거라는 분석이다.

특히 그는 역대 총장이 그래왔던 것 처럼 결코 ‘방안풍수 총장’만은 되고싶지 않다는 오기가 1강 후보로 점프하는 원동력이 됐지 않나 싶다.

한편 제16대 총장에 입후보자를 기호로 보면 1번 차용훈(공과대학), 2번 박대환(외국어대학), 3번 이계원(경상대학), 4번 민영돈(의학전문대학원), 5번 강동완(치의학전문대학원), 6번 이종범(인문과학대학), 7번 임동윤 (의학전문대학원)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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