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소리’로 표현되는 성악은 사람의 몸이 악기가 되어 120여명의 오케스트라 소리를 뚫고 청중들을 사로잡는 감동으로 꿈과 희망을 주는 방현희 교수.

교직의 길을 접고 독일 유학을 통해 성악가로 활동했던 그녀는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음악학과를 거쳐 독일 쾰른음대 최고연주자 학·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프랑스 보르도 국제음악페스티벌 젊은 음악가상을 수상, 오스트리아 벨베대레 국제콩쿠르에 입상했다.

귀국 후 국립오페라단과 시립오페라단에서 ‘시집가는 날’, ‘아이다’, ‘일 토로바로레', '나부코’, ‘성춘향을 찾습니다’등 오페라무대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또,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홀에서 열린 독창회와 호주 초청음악회 독창자로 연주했다.

유학비자도 받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 30세의 나이로 음악의 도시 독일유학을 통해 성악가의 길을 걸었던 메조소프라노 방현희 교수. 최근 광주 북구 ‘각화문화의 집‘ 성악교실에서 클래식 강의를 진행하는 등의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그녀의 노래인생에 대해 들어보았다.

▶ 방현희 교수가 말하는 ‘음악’

음악이란 맛있는 음식에 비유하여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고급레스토랑에서 먹는 이태리 요리도 맛있고 집에서 손수 만든 전통 된장찌개도 맛이 있다. 둘 중 어떤 요리가 최고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는 먹는 사람의 입맛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악가도 각자의 타고난 목소리는 음식의 재료와 같다. 그 목소리를 발성으로 잘 다듬어서 음식에 양념을 넣고 손맛을 발휘하듯 음악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달려있다. 청중들을 부드럽고 온화하며 애절한 음악세계로 인도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환희를 느끼게 할 때 최고의 찬사를 받는다. 그러니 성악가의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음악을 듣고 감동을 받아 온 몸으로 노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실제로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부른 노래들을 감상하다보면 벅찬 감동은 소름이 돋게 한다. 그로 말미암아 다이돌핀이 솟아나기도 한다는 연구 발표도 있다.

▶ 성악가의 길

조선대학교 사범 대학 음악학과를 졸업 후 음악교사로 재직 중 지인의 소개로 메조소프라노 김청자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교직에 재직 중이었기에 주말이면 서울로 공부하러 다녔다. 선생님을 만나 공부했던 곡들은 주로 브람스 가곡이었다. 슈만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브람스는 203개의 독창곡, 70여개의 4중창곡, 25개의 2중창곡을 작곡한 후기 낭만파 음악가였다.

이후 교직을 사직하고 서울로 상경하여 KBS한국방송국 합창단에 입단하여 활동하면서 성당과 교회의 음악회에 독창자로 연주했다.

그러다 한국 가톨릭교회음악 합창부분에 많은 기여를 한 박고영 신부님을 만나게 되었다. 신부님은 서강대학교 교수로 제직 중 아퀴나스 합창단을 창설하여 활동하고 계셨는데 합창단 발표 시 나를 독창자로 무대에 세워주셨다.

박고영 신부님은 중후한 듯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가졌다며 더 넓은 음악의 깊이와 넓이를 갖춘 성악가의 길을 가기를 권하셨다. 음악의 도시 독일을 추천하시며 손수 유학을 가기 위한 필요한 서류, 비자들에 관련된 일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당시는 비자를 받기가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유학 비자를 받는 것도 후원자가 있어야 가능했다. 이에 신부님은 친히 후원자가 되어 주셨고 현지 신부님과 연결시켜 주시기까지 유학을 갈 수 있는 모든 준비를 아버지처럼 도와주셨다. 박고영 신부님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79년(당시 30세) 독일로 유학을 떠나 본격적인 성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지에 도착하여 음악학교 입학이 쉽지 않았다. 당시 독일은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연령을 26세로 제안하고 있었다. 나이제안으로 입학이 어렵게 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우리나라 특별전형 형태로 나이와 상관없이 독일 퀼른음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은 박고영 신부님의 적극적인 후원과 독일 교수님의 지지로 가능했다.

▶ 음악의 신세계를 만나다

퀼른음대에 입학하여 많은 성악곡들을 배우고 익히면서 끝이 없는 음악의 세계는 배우면 배울수록 빠져들게 했다. 한마디로 신세계에 도착하여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던 것이다.

기독교 국가인 독일은 해마다 성경에 나오는 절기를 지키며 기념음악회를 통해 절기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곳에 독일교수님의 소개로 동양인 방현희가 기념음악회에 독창자로 참여하여 독일의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연주했었다.

연주곡으로는 한국에서 자주 불렀던 헨델의 ‘메시야’를 비롯하여 바흐(Bach), 칸타타(cantata; 17세기에서 18세기까지 바로크 시대에 발전한 성악곡의 한 형식), 크리스마스 오라트리오, 오페라(Opera) 곡 등이었다.

성악가들도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기 위해 각종 콩쿠르에 도전하기도 한다. 나도 선생님의 소개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처음 개최하는 벨베대레 콩쿠르에 도전한 적이 있다. 당시 30개국의 350여명이 참가했다. 주최 측은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가하여 3일 동안의 예선 경연무대를 거쳐 최종 본선무대에 오를 후보들을 선정했다. 나도 최종 본선무대에 오르게 되어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지만 아깝게 1등을 놓쳐서 많이 아쉬웠다. 이후 프랑스 보르도 국제음악페스티벌 젊은 음악가상을 수상했다.

8학기가 지나 독일 쾰른 국립음대 학·석사과정 및 최고연주자과정을 최고점으로 1983년도에 졸업을 하게 되었고 그해 8월에 귀국했다.

▶ 성악의 꽃 오페라무대

한국에 돌아와 귀국독창회를 비롯한 다수의 독창회를 가졌다. 당시 불렀던 곡들은 후기낭만파 작곡가인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리스트(Franz Liszt) 등의 곡이었다.

성악가의 꽃인 국립오페라단과 시립오페라단에서 ‘시집가는 날’, ‘아이다’, ‘일 토로바로레', '나부코’, ‘성춘향을 찾습니다’ 등에서 주역을 맡아 연주했다.

또 호주에 가서 독창자로 연주했고 러시아(당시 소련연방공화국)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홀에서 독창회를 했다.

▶ 방현희가 좋아하는 성악가

음악이 주는 감동은 절로 눈물이 흐르게 한다. 그 감동으로 인해 더 없는 행복감을 만끽하게 된다. 음악의 깊은 맛은 알면 알수록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하기에 더욱 음악에 빠져드는 것 같다. 아름다운 음악을 최고의 성악가들이 목소리를 통해 표현하며 전해주는 수많은 감정들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특히 영국의 메조소프라노 자네트 베이커(Janet Baker)나 독일 소프라노 군둘라 야노비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절로 행복해졌다. 목소리는 다르지만 각각 표현하는 음악성은 내가 성악가의 길을 가는데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했다. 그러한 두 성악가의 공연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어 들었던 그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 성악가의 길을 가는 후배들에게

당시 우리가 공부할 때는 음반도 구하기 힘들었고 책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성악가도 많지 않았다. 음반 하나를 구하면 늘어질 때까지 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구입했던 음반들을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요즘에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유명한 성악가들을 만날 수 있다. 시간만 투자한다면 얼마든지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교재도 구할 수 있는 정보의 홍수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공부하던 시절처럼 음악에 대한 간절함과 소중함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또한 개인적으론 정통 클래식을 고집하는 입장에서 보면 요즘 젊은이들은 ‘빨리빨리’ 문화에 길들여져 정통 클래식 음악에 대한 깊이와 넓이를 알기까지 인내심이 부족한 것 같다. 음악에 대한 겸손함이 작다고나 할까? 물론 음악은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가는 길을 가타부타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성악가라면 청중들에게 삶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노래로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내가 감동을 주고 있나?’ 매 순간 고민해야 한다.

또 성악가의 길을 가는 것은 험한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나 자신이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들이 안다. 그러니 정상을 향해 무작정 올라가는 등산객이 되지 말고 산에 피어있는 꽃도 보고 새소리도 들으면서 산을 즐기는 성악가가 되기를 바란다.

노래를 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음악을 손상시키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까’도 항상 연구해야 한다. 음악은 표현도 중요하지만 소리자체의 감동이 없으면 안 된다. 즉 사람의 소리가 주는 감동은 그 어떤 악기도 줄 수 없는 것이기에 음악 자체가 원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며 클래식이 주는 고유한 맛을 느꼈으면 좋겠다.

<광주뉴스통 오광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