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이면 관광객들이 줄을 이어 전국 명소로 널리 알려진 ‘고창 청보리밭 축제’가 반쪽짜리 황토밭으로 전락해 지역주민은 물론 관광객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

더욱이 전임 이강수 고창군수는 3선 임기가 끝내기가 무섭게 청보리밭 옆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 2만여 평을 임대로 내주고 임대업자가 고구마를 심겠다며 청보리밭을 갈아엎고 행사기간에 맞춰 퇴비를 뿌리는 것을 방치함으로써 도덕성 측면에서 비난을 면치못하고 있다.

22일 고창군에 따르면 올해로 12번째 열리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를 다녀간 관광객은 지난해의 경우 35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그동안 모두 400여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역 대표 특산품인 풍천장어와 복분자를 맛보거나 고창읍성과 고창갯벌을 함께 찾는 인원을 합칠 경우 일일 최대 관광객수가 많게는 8만명에 달하고 있다. 매년 200억원에 이르는 매출효과를 내며 농업인과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에 크게 보탬이 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청보리가 넘실거렸겠지만 이제는 황토밭으로 방치된 땅

이러한 일석이조 효과는 100ha에 이르는 광활한 공음학원 관광농장에서 열린 청보리밭이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데다 예산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다른 지자체가 한번 행사를 치르는데 수억원대 예산을 지원받는 것과 달리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5000만원의 적은 예산으로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한데다 그만큼 지역경제 파급효과로 이어진다는 데서다.

그러나 고창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온 청보리밭 축제가 올들어 그 명성이 퇴색되고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돼가고 있어 지역민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이는 청보리밭 축제가 열린 공음학원농장의 청보리밭 가운데 2만여평에 이르는 토지소유주였던 전임 이강수 고창군수가 3선으로 퇴임한 뒤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해 2만여평에 이르는 땅을 개인소유지라는 이유로 임차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이 땅을 빌린 임대업자 A씨는 예년 같으면 청보리가 심어졌어야 할 이땅을 갈아엎고 고구마를 심기위해 황토밭으로 그대로 방치함에 따라 청보리밭을 찾는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더욱이 갈아엎은 땅위에 악취가 나는 퇴비를 살포하다보니 주위에서 상품을 팔거나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고약한 냄새를 피하기 위해 코를 막는 진풍경이 벌어질 정도여서 축제현장 분위기를 망칠 정도다.

►황토밭까지 이어졌을 청보리가 갈아 엎어지면서 삭막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에따라 매년 관광객들이 밀려와 입구에서 부터 차량이 밀릴 정도로 전국적으로 알려진 청보리밭 축제는 그야말로 땅 주인인 전임 고창군수와 임대업자가 공익성 보다는 개인 이해관계에 사로잡힘에 따라 축제자체가 점차 망가지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한 ‘고창청보리밭축제’는 2004년 군비 3000만원으로 시작해 전국적인 명소로 발돋음 하면서 1차 산업으로만 인식됐던 농업을2차·3차·6차 산업으로 끌어 올리며 고창 농업인과 농촌 지역에 희망의 빛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쪽난 고창 청보리밭 축제현장을 관광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특히 전임 이강수 고창군수는 지난 12년동안 군정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가장 자랑스런 치적으로 ‘고창 청보리밭 축제’ 를 내세웠으면서도 개인소유라는 이유로 청보리밭을 갈아엎거나 그 땅에 인분을 뿌리도록 방치한 것은 도덕적인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게 주민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청보리 축제 자원봉사자인 마을 주민 김모씨(54)는 “고구마 심는다고 갈아엎은 땅에 퇴비를 얼마나 뿌렸는지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살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 관람객의 발길이 뜸해졌다”며 “황토밭이 된 청보리밭이 이제는 더 이상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푸르름과 황톳빛이 대비되는 청보리밭 축제현장을 보러온 관광객들이 '이건 아닌데'하며 망연자실 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채꽃과 청보리밭의 경관을 다시 보고싶어 서울에서 왔다는 관광객 이모씨(48)는 “청보리밭이 과거와는 달리 마치 생선이 두 동강나서 한쪽은 손질을 안한 것 같고, 한쪽을 포를 뜨고 남은 것 같네요. 올해는 청보리밭의 향기로움이 아닌 악취가 풍겨서 기분이 몹시 상한다. ” 라며 “사람의 손으론 만들 수 없는 하늘이 준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광주뉴스통 =오광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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