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볕을 내리쬐어 겨우내 메말랐던 나뭇가지와 풀잎에 새순이 돋게 한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어떤 대상을 편애하지도 않는다. 장소와 나무를 가리지 않고 생명의 의지만 있다면 싹이 발아되도록 도와준다. 도시에도 시골에도 가난한 집 오막살이에도 피어날 공간이 있다면 어디든 피어나게 한다.

▲ 봄을 메마르게 기다렸던 고목을 연두빛 나무잎으로 감싸주고 있다.

그러면서 나무의 특성에 맞게 맞춤형 색깔을 칠해준다. 벚꽃 나무에는 순결의 하얀색을, 가로수에는 연두색을, 진달래에는 핏빛으로 물들이기 선홍색을 선물한다.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 젊은 청춘에게는 싱그럽고 발랄함을, 연인들에게는 초록빛 사랑을 영글게 한다.

▲ 송광사의 고즈넉한 절간 사이로 신록의 푸르름이 뻗어나고 있다.

특히 신록의 길목에서 돋아나는 연두색은 봄의 예찬론자로 만들게 하는 마술사다. 봄 햇살에 묻어나는 싱싱함과 풋풋함이 비록 나이가 지긋하게 들더라도 흡입력으로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호남의 송광사로 사진 촬영을 떠났다. 동호인 모두가 느끼는 맛은 한결 같았다. 연두 빛 신록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봄바람이 소슬하게 불기보다는 제법 강하게 몰아쳐 피부를 스치며 지나가노라면 일렁이는 연두 빛 물결이 장관이다.

햇볕에 반사된 연두 빛 잎새를 정말로 사랑한 사람이 있다면 듬뿍 통째로 가져다 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 무지개빛 연등이 송광사 인당경의 물결 속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절에서 공부하는 스님들도 봄볕에 겨워 사찰 앞 카페로 나와 봄 햇살에 고단함을 녹인다.
봄은 모두에게 싱싱함으로 희망을 주고 신록의 푸르름을 안겨준다. 그래서 봄을 청춘의 계절이라고 했나 싶다. <광주뉴스통 박어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