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봐도 당장 부서질 것 같은, 전라도 말로 치면 ‘썩음 썩음한 자전거’를 몰면서 자신이 입던 트렁크가 땀에 흥건히 젖도록 동네 구석구석을 돌고 돌았다.
정말 일하고 싶다던 ‘머슴론’이 먹혀들면서 순천·곡성지역 유권자들은 그를 선택했고, 그래서 소선거구가 생긴 이래 호남지역 여당의원으로선 첫 당선자가 됐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해 치러진 7·30재보선에서 ‘한국 정치사의 큰 획을 그었다’ ‘망국병인 지역주의 벽을 넘은 정치인’이다며 모두가 그를 평가했다. 그럴 만도 하다.

그도 한때는 1%도 안되는 득표율로 전국적인 망신살을 당한 적이 있다.
무참하게도 700여표를 얻은 게 고작이었다. 2004년 총선 때다. 그리고는 창피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다름 아닌 현재 4·29재보선이 치러지는 광주 서구 을에서다.
19대 총선에 또 다시 출마했던 이정현은 친노 세력으로 지칭되는 한명숙 대표가 야권연대라는 미명하에 밀었던 통합진보당 오병윤 전 의원에게 아쉽게도 졌다.

이정현은 서구 을과 인연이 깊다. 2004년 무모하게 선거전에 뛰어들어 당시 박근혜 대표의 눈에 들면서 박근혜 남자가 되었고, 그 몫으로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임기 4년 동안 그는 광주·전남 공무원들의 표상이었다. 자질구레한 시군구의 예산까지도 힘닿는데 까지 ‘낭중지추’처럼 챙겨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19대 총선 때는 공무원들의 입소문이 먹혀들면서 야당의 텃밭에서, 그것도 자그마치 39.6%라는 득표율을 얻었다. 물론 석연치 않게 물러났지만 그 결과 청와대 홍보수석이 됐다.

이정현은 이번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정승’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추천했다. 그리고는 지난 5일 서구 을에 내려와 교통의 요지라 일컫는 금호동 4거리에서 제법 촉촉하게 내린 봄비를 맞으며 정승 후보를 도왔다. 그때 그는 물살을 튀기며 질주하는 운전자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을 게다.

광주전남의 예산을 대거 따오고 지역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혼자로는 힘이 딸리니 정승후보가 당선되도록 해달라고 간절하게 원했을 게다. 정승과 자신이 쌍두마차로 지역발전을 앞당기겠다는 의지의 발로에서다.

공직자 출신으로 고위직에 올라가기가 녹록치 않았을 텐데 그만한 위치에 오르는 걸 보면 자신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라고 정승을 치켜 세운다. 동신고를 나온 정승후보는 이 지역 전남대학교 재학 시절 행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했다.

장관급인 식약처장에 오르는 과정에서 견제와 설움도 많이 받았다고 실토한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엔 국장을 10년 동안이나 지내고도 1급 차관보급으로 승진은 커녕 변방으로 쫒겨났다. 이명박 정부 초창기때 1급으로 승진했으나 광우병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함을 받아 옷을 벋은 적이 있다. 다시 차관으로 임명됐으나 견제와 모함 때문에 8개월만에 옷을 벗는 수모를 당했다.

그래서 자신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호남사람이라는 이유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을 챙겨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정현과 함께 예산을 많이 끌어오는데 발벗고 나설 태세다. 광주·전남 공무원들의 창구로서 ‘예산불독’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는 얘기다.
자신이 주로 농수산부에서 근무해온 터라 광주라는 대도시와 약간 거리는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고향인 완도는 물론 전남도에 수많은 예산을 내려준 터라 완도출신 서구 주민들이 큰 힘을 보태주고 있다고 넌지시 자랑한다.

그런 그가 애달프게 여기는 것은 공직자의 길을 걸으면서 호남출신 지방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견제와 설움을 몹시도 당했는데 정작 이번 선거판에 뛰어드니 옷 색깔이 다르다며 광주가 터부시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에서도, 광주에서도 뺨을 맞는 꼴이 되다보니 서럽다는 얘기다.

마치 이정현이 서구 을에 처음 출마했을 적에 명함을 주면 일부 사람들이 바로 땅 바닥에다 버리고 가는 아픔을 다시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렸다 한다. 자신도 광주에서 자랐고 그래도 명색이 스팩 치곤 괜찮은 사람인데 일부 유권자들로부터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쌀쌀하게 푸대접을 받는 것 같아 여간 힘들었다 한다.

자신이 대학교 시절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겪었기 때문에 왜 광주시민들이 새누리당,아니 한나라당, 민정당을 싫어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전제한 정승은 이젠 광주도 달라지고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란 다양성 속에서 상대를 포용하고 배려하는 측면에서 이제 광주도 야당만 키울게 하니라 비록 여당이라 할지라도 쓸만한 사람이면 지역인재로 함께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말해 미운 놈 떡 하나 준다는 셈치고 힘 있는 여당 후보에게 1년짜리 국회의원이라도 좋으니 1년동안 한번만 믿고 써달라는 얘기다.
일당 독식의 구도하에서는 경쟁력도 약해지고 치열함도 없고 광주시민을 자신처럼 정승으로 모시지 않을 건 뻔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광주시민들이 박근혜 정부를 그리도 미워한 게 호남지역 사람을 탕평책 차원에서 대거 등용하겠다고 해놓고 마음이 변해 되레 홀대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승은 이렇게 답한다.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해 볼 때 수치로 따지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참여정부가 탄생하는데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줬던 호남사람들을 홀대하는 데 더 앞장섰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자신도 당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러면서 1석3조를 얻을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젠 새정치연합만으론 지역발전을 논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광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여당의원 한사람 정도는 키워야 될 시기다 됐다고 덧붙인다.
서구 을 중심에 자리한 풍암호수도 오랫동안 고이면 썩듯이 여야 교대로 물을 갈아주면 지역발전도 되살아 날 수 있다는 논리다.

정승은 야당도 정신차리게 하고 자신이 당선되면 여당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해서 호남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바꿔놓고 이를 지렛대 삼아 예산보따리를 가져오게 하는 ‘1석3조론’을 편다.

32년의 공직자 시절 몸에 뱄던 호남사람이면 무조건 돕는다는 무한리필,무한 도전의 자세도 들먹였다. 이제 메기 한 마리가 거대야당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광주도 이제 변화의 차원에서 ‘얼쑤 정신’을 갖는다면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

박근혜 정부가 아무리 밉다고 하지만 누가 먼저랄 것이 없이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얼쑤’라며 맞장구 쳐주고 ,함께 춤을 추는 대동세상을 자신이 앞장서 만들어 가겠다는 다짐이다.
이 과정에 자신을 지역감정 해소의 도구로 사용해줬으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는 게 정승의 신념이다.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