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닌 그 곳에 메기로 대변되는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새정치연합을 이대로 둬서는 안된다’며 바꿔보자고 뛰어들었다. 그의 말대로 미꾸라지 격인 새정치연합은 맥을 못추고 비실거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과거 천·신·정의 한사람으로서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서 동교동계 중심의 민주당이 와르르 무너지는데 일조를 했던 천 후보가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세 번의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를 앞서고 있다. 이례적인 일이다.

여론조사 종합 결과 천 후보는 조 후보를 6~9%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는 형국이다. 6일자로 발표된 CBS노컷뉴스의 경우 천 후보가 38.7%로, 조 후보(29.9%)를 8.8%포인트 차로 앞섰다.(샘플 580명, ARS 방식,표본오차 ±4.07%)

앞서 3일자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천 후보가 28.7%의 지지율로 조 후보를 5.9%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표본 600명, 전화면접조사, 응답률 18.3%, 오차범위는 95%신뢰수준에 ±4%포인트)

지난달 30일 <광주타임즈>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천 후보가 37.2%로, 조 후보(29.9%)와 7.3%포인트 차이가 난다.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관위 공정심위위원회 홈피 참조>

이렇듯 천 후보가, 그것도 거대 야당에서 미는 조 후보를 앞선 것은 다름 아닌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파고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말하자면 서구 을은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당 김영진 전 의원 때부터 공천을 잘못해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빼앗은 지역이다. 지난 19대 총선 때는 친노 계열인 민주당 한명숙 대표가 야권연대를 한다며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을 밀었다. 여당 사상 최고의 득표율인 39.6%를 보인 새누리당의 이정현 후보를 간발의 차로 이긴 지역이다.

민심의 이반 현상을 모를리 없는 새정연은 1년 전 지방선거 때 현 윤장현 광주시장을 전략공천해 광주시민들의 선택권을 빼앗아 시민적 저항에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 다시 과거 당 차원에서 내팽개쳤던 조 후보를 다시 공천했다.

이런 공천의 결정적인 하자는 지난해 730재보선이 치러진 순천지역에서 서갑원 의원을 공천한 뒤 새누리당에게 참패를 당한 사례를 굳이 들춰내지 않더라도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조 후보는 과거 지역위원장 시절 자신의 공천권을 비민주적 방식으로 행사해서 구청장에 나섰던 여성후보를 2번씩이나 밀어주었다가 떨어지게 한 장본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때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구청장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천 과정이 이렇다보니 새정치연합은 광주시민들의 뿌리 깊은 반감에 불을 지피는 꼴이 됐고, 이런 연장선상에서 자업자득의 위기에 몰려있다.

오죽했으면 해당지역 광주시의원과 구의원이 천 후보의 개소식에는 참석하고, 같은 당 조 후보의 개소식에는 가지 않았겠는가. 더욱 가당찮은 것은 이들 의원들을 해당행위로 간주해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출당조치를 하겠다는 새정치연합의 발상이다.

‘자신의 들보는 생각치 못하고 남의 눈의 티만 꼬집는’ 새정치연합의 행태는 이래저래 반감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광주시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천정배 후보가 잘나서 미는 게 아니라 새정치연합의 구태의연한 행태가 더 밉다”는 얘기다. 귀를 세우고 들어야 할 대목이다.

변화를 갈망하는 광주시민들의 갈증을 풀어주지 못한 채 동교동계 일부 원로들이 문재인대표가 초청하는 자리에 가지 않겠다고 하자 이를 확대해석해서 지레 겁을 먹고 허겁대는 모양도 우습기 그지없다.
동교동계가 광주 서구 을의 판세를 뒤집는데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 여부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실제 표밭갈이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들 동교동계도 과거 공천권을 전가의 보도로 활용해 이 막대기 저 막대기 꽂아대지 않았던가. 그래서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호남의 전설(?)을 남긴 것 까지는 좋았지만 그들은 가장 중요한 후배 정치인들을 키우지 못했고, 이제는 친노세력의 변방에서 장기판의 훈수를 두고 있는 꼴이 아닌가.

그리고 그들은 선거 때만 되면 이런 노래를 불러댄다. ‘미워도 다시한번’ 이라는 노래를 요즘 한창 피어나는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열창해왔다. 그러면서 마지막은 항상 ‘우리가 남이가’라는 가사로 마무리한다.

따라서 이번 서구을 재보선은 이슈를 선점한 변화의 바람이냐, 아니면 미워도 다시 한번을 앞세운 정당조직의 동원선거냐의 한판 승부로 압축된다. 이러한 대결구도 속에서 오늘 창립대회를 하는 호남정치 개혁연대의 출범도 돌발변수가 될 조짐이다.

특히 천 후보와 정의당 강은미 후보와의 연대여부도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야당인 새정치연합에서 내건 슬로건은 천 후보의 ‘메기론’을 덮을 수 있는 뚜렷한 이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배신자니 민주당을 말아 먹었던 사람이라는 네가티브 전략 외에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새정치연합은 선거 때만 되면 맨날 그랬듯이 이번에도 미워도 다시한번으로 읍소할 것인가. 150만 광주시민이 갈망하는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을 내놓지 않고 무슨 낯짝으로 얼굴을 내밀려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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