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 빛 색깔로 가로수가 채색될 때 마치 하얀 목화처럼, 그것도 따스한 봄볕 속에 '벚꽃’이 만개했다. 분홍색과 하얀 꽃이 어우러지며 여심을 유혹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든다.

광주시 서구 상록회관에 자리한 벚나무 군락지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 일대를 중심으로 한 거리에는 가로수를 따라 하얀 물결의 벚꽃이 넘실댄다. 자연스레 지나가는 사람은 물론 차량들에게 '이제 청춘의 봄이 왔다'고 시그널을 보낸다.

바람이 살랑대며 불어 올때면 벚꽃들이 하얀 꽃잎에 배어있는 순결의 몸짓을 더욱 드러내는 것 같다. 봄은 그래서 청춘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다고나 할까.

친구끼리, 가족끼리 봄의 정취를 즐기려는 상춘객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사랑을 재확인하는 연인들이 부쩍 눈에 띤다.

벚나무가 양쪽에서 터널을 이루는 중간에서 친구끼리 여심을 맘껏 드러내며 자신의 포즈를 사진에 담기도 한다.

한 켠에는 대낮부터 밴드소리가 울려퍼진다.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야’라고 불러대는 각설이 노래가 흥을 돋우고 분위기를 띄운다.

입구 양쪽에는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벚꽃 구경도 식후경’이라고 유혹의 손길을 내뻗는다.

한국에 온 다문화 가족들이 아이스크림 가게를 차리고 서툰 한국어로 '달고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고 외치는 모습이 이채롭다.

삶에 지친 우리네 심사를 잠시나마 벚꽃구경으로 달래는 것도 괜찮을 성 싶다. 오늘은 미세먼지로 하늘이 약간 뿌옇지만 그래도 괜찮다.

벚꽃은 꽃잎이 약해 비오거나 바람 부는 날에는 그 꽃잎이 몽땅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꽃잎을 바라보는 것도 나름대로 멋이 있을 것 같다.

‘비가 오면 어때서~’ 봄을 맞는 春心이 모든 헛된 마음과 욕망을 버리고 벚꽃처럼 하얀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주는데 말이다.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