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을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말이 그렇지 기싸움에서 도전자인 김상열 회장(53)에게 진배나 다를 바 없다.

지난 12일 실시된 선거에서 뽑은 일반 및 특별 의원 80명에 대한 표분석 결과 김 회장은 45명을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조만간 열릴 임시총회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선출방식을 놓고 경선 보다는 합의추대를 학수고대했던 박 회장으로선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무게를 주체하지 못한 채 불출마로 방향을 선회해야 만 했다.

과거 자신이 KBC 광주방송 사장이었을 당시만 해도 그의 한마디는 선수가 짧은 국회의원 또는 단체장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 왠만한 것은 통한게 사실이다. 광주시내에 널브러져 있는 수많은 부동산과 관련, 용도변경을 통해 투자가치를 높이려 애쓴 것도 어찌보면 그가 가지고 있는 수십 개의 직함과도 무관치 않다.

그런 그가 이번 상의회장이라는 감투에서 물러나게 됨으로써 권력의 무상함도 느꼈을 게다.

자신이 운영하던 방송국을 넘겨줬던 김 회장이 욕심 같아서는 자신에게 순수히 양보할 줄 알았는데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더욱 서운했을 게다. 세상사가 돈만으론 해결될 수 없다는 또 다른 교훈도 얻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전 인수위원으로 참여하고,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해달라고 요청을 받았을 당시만 해도 모든 게 잘 나갔다.

하지만 박 회장이 이번 상의회장 선거에서 연임을 노렸다가 뒤늦게 접은 것에 대해선 실기를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호그룹 차원에서, 그리고 제조업체와 현재 부회장단이 자신을 심정적으로 미는 상황에서 끝까지 표 대결로 가려했으나 여의치 않자 백기를 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역경제계 원로로서 너무 과욕을 부린 나머지 시기를 놓쳤고 그러다 보니 곱지않은 시선을 받았다는 얘기다. 광주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지역 상공인 대표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해 지역민들로부터 비난을 샀을때 일찌감치 자리를 박치고 나오는 입장을 취했어야 했다.

이 때문에 박회장은 감투 쓰기만을 좋아한 나머지 상의회장으로서 살인성인의 자세는 조금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따가운 시선을 아랑곳 하지않고 또 다시 자리에 연연하려는 오습은 박 회장의 삶의 궤적과 무관치 않다.

젊었을 적 고생하며 돈은 많이 벌었지만 자신의 운영하는 공장에서 나온 생활용품을 제공하는 것 외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내놓은 게 별로 없다.

김 회장은 자신이 광주를 떠나 서울로 본사를 옮길 때 이미 상공회의소 회장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주변에 흘린 만큼 이러한 박회장의 허를 찌른 셈이다. 누구보다도 박 회장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마음은 알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박 회장은 역으로 김 회장의 속내를 간과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총회에서 돌발변수가 없는 한 제 22대 광주상의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하지만 건설업계 강자로 부상하면서 하도급 업체나 그 분야에 관계되는 사람들만 어울려 다니다 보니 인적 네트워크가 그리 많지 않은 게 김 회장의 약점이다. 과거와는 달리 사심을 버리고 상공회의소라는 공적인 기관을 제대로 이끌어 갈지 리더십도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서울로 올라가 돈을 벌었고 그만한 자금력을 가졌다면 큰물에서 놀았어야 함에도 다시 광주로 U턴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그간 고생하면서 맺은 선배 등과의 인간관계가 소원해졌다는 평가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김 회장이 '돈 버는데는 귀재일지 몰라도 인간적인 냄새를 맡는데는 세련되지 않았다'고 혹평하는 사람도 더러있다.

김 회장을 이렇게 크도록 직·간접적으로 도와준 고위직 관료나 의원, 회사임원들과의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점도 앞으로 넘어야 할 대목이다.

KBC광주방송을 앞세워 여러 사업이나 이권에 기웃거린다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금호산업 인수과정에서 주가 차익을 노리면서 지역기업과 동반 성장을 하기보다는 상대의 어려움을 악용해 사익을 취하는 태도는 앞으로 김 회장의 앞날에 족쇄로 남을 전망이다.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