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석(69) 현 상의회장과 김상열(53) 호반건설 회장이 그렇다.

합의추대를 하자는데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서는 서로가 자신으로 해달라고 서로 우겨대고 있는 데서다.

더욱 복잡다단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금호그룹이라는 향토기업이 떡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회장선거는 M&A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금호산업 인수전과 맞물리면서 이를 먹으려는 김 회장과 지키려는 금호 박삼구 회장과의 대리전, ‘창과 방패’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물론 금호는 자금난 때문에 “내 코가 석자인데 상의회장 선거에 끼여들 겨를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스처를 곧이곧대로 믿는 지역기업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본지는 광주상의회장 선거와 관련돼 얽히고설켜있는 히스토리를 중심으로 문제점과 방향, 과제 등을 몇 차례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1. 광주상의회장을 향한 '감투욕'

이번 상의회장 선거가 모양새 좋게 합의추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는 박 회장과 김 회장의 캐릭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고생고생해서 돈은 벌었지만 가난 때문에 배우지 못한 터라 공통분모로 번듯한 감투가 필요하다. 그래서 박 회장이 먼저 지역민방 kbc광주방송을 인수한다. 그의 직함이 30여개가 넘는 게 이를 방증한다. 낄 데, 안 낄 데 가리지 않고 모두 끼어든 셈이다.

방송 사업에 대한 매출이 점차 떨어지자 박 회장은 지난 2005년에 서울로 사업체를 옮긴 뒤 아파트 사업으로 떼돈을 번 김 회장에게 KBC 광주방송을 넘긴다.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진 지라 매각 이후에도 사이가 좋았고, 그래서 두 사람은 김 회장이 운영하는 하와이로 해외골프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김 회장으로서는 떼돈은 벌면서 자신이 다닌 방송통신고 인맥을 활용했지만 서울에서 행세하기엔 한계가 있어 탯자리인 광주로 U턴을 시도한다. 방송사 인수 이후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장학사업을 TV를 통해 낯 뜨겁게 방영한다.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도 맡는다.
이번 12일에 실시되는 상공회의소 의원 및 특별의원 선거에서 자신에게 투표권을 행사할 지역건설업 대표들과 호가호위식의 제한된 만남이 지속된다.

특히 김 회장은 법정관리 중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금호산업 지분을 낮은 가격에 사들였다 높게 팔아 무려 280억여원에 이르는 돈을 챙긴다. 그리고는 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하자 금호산업의 주가는 하락한다.
과거 금호로부터 대접을 받지 못했던 김 회장으로서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위상을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여차하면 금호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금호의 흥망성쇠는 내 손에 달려있다는 식이다.

어차피 금호산업의 주식 매각대금이 높게 형성되면 자금마련이 쉽지 않는 금호로서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이용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인수해야 하는데,그 키를 김 회장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금호의 박 회장과 호반 김 회장이 과거의 악연이야 어찌됐던 향토기업을 살려내기 위해 물밑접촉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돌았으나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볼 때 그렇지 만은 않는 듯 싶다.

상의 박 회장을 금호에서 밀고 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상공회장에 대한 투표권을 가진 의원 후보들은 회비 납부액에 따라 적게는 1표에서 많게는 24표까지 투표권 수가 부여된다.
말하자면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금호, 호반, 광주시, 부회장단 그룹이 회장선거를 함에 있어 캐스팅보트를 쥘 수 밖에 없다.

상의 부회장단 70명은 어제 모두 80명을 뽑는 12일의 의원 선거가 단결과 화합의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수 있도록 박 회장과 김 회장 두 사람이 합의추대라는 용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게 여의치 않으면 제3의 후보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엄포나 다를 바 없다.

기실 부회장단은 심정적으로 박 회장에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김 회장이 상의회장을 노리는 단초를 제공한 것은 따지고 보면 상의 박 회장에 있다. 지난해 광주은행을 인수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지역상공인들이 똘똘 뭉쳐 광주은행을 인수하자고 해놓고는 자금을 끌어 모으지 못한 채 막판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이를 포기했다.
몇 천억이 드는 인수자금을 단 몇 백억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상의회장으로서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경영권과 인사권을 박 회장이 지나치게 주장하는 바람에 지역상공인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데서다.
당시 박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 다시 연임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5년 6개월도 부족해서 이번에 연임하면 10년을 한 셈인데, 과욕을 버리고 젊은 사람에게 자연스레 물려줘야 상공회의소가 생동감 있게 돌아간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두 사람의 판세는 내일 치러지는 의원선거의 향배에 달려있다. 두 사람이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치킨게임’으로 내 달릴 경우 정치권에 이어 경제계도 양분될 수 밖에 없다.
과욕 때문에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경제인들이 후유증과 내상을 입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