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 것이 광주시는 10년간 갑(甲)질만 해왔다. 지난 2005년 박광태 전 시장은 어등산을 민간자본으로 개발해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단위의 공모를 통한 낙찰 결과는 박 전 시장이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됐을 때 물심양면으로 그를 도왔던 삼능건설로 돌아간다.

하지만 입찰과정 의혹 속에 그 업체는 2006년 이맘때 기공식을 치르기가 무섭게 부도로 도중하차한다. 그 뒤 지역 중견업체인 M건설이 인수에 나섰으나 미래가 불확실하자 어등산리조트에 6개월 만에 되판다.

이를 인수한 어등산리조트는 사업타당성 분석에 나선 결과 특히 불발탄 제거 등 공사지연으로 인해 도통 수지분석이 맞지 않게 되자 설계변경을 요구할 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선 5기 광주시장으로 당시 강운태 국회의원이 당선되면서 상황은 뒤바뀌게 된다.
강 전시장은 2010년 인수위 시절 어등산 불발탄 제거 현장을 찾아 브리핑을 받고 두 가지 고민을 하기에 이른다. 하나는 불발탄을 제거 현장의 토사가 장맛비에 떼밀려 내려올 경우 안전상의 문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직까지 토지보상 문제가 마무리 되지 않아 민원소지가 있다고 것이었다.

그래서 강 시장은 이듬해 모 국장을 특사로 보내 사업주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미뤄온 일부 토지보상금 300여 억원을 해결토록 요구한다. 어쩔 수 없는 두 번의 강요로 ‘을’의 입장에 선 어등산리조트는 이에 화답한다.
사업성이 없어 설계변경을 해주지 않으면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번복 했다는 얘기다.

두 차례의 어쩔 수 없는 강요에는 두 전임시장의 속내가 담겨있다. 첫째는 박 전 시장이 자신이 입찰한 관광단지 사업이 부도로 인해 내팽개쳐 질 경우 돌아올 시민정서를 의식해 인수를 부탁한 것이다.둘째는 강 전시장이 토지보상금 해결을 요구 한 대목이다.
물론 두 전 시장이 재선을 위한 여론적 부담을 없애면서 갑질을 통해 어등산리조트를 참여시킨 정책적 결정을 나무랄 수는 없다.
어차피 어등산리조트도 반대급부를 예상해서 투자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광주시의 행정행태를 보면 더 이상의 갑질로, 다른 업체도 아닌 지역 건설업체를 망가뜨려서는 안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광주시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행정을 해왔다. 2006년 기공식→ 삼능부도 →M건설 참여→ 어등산리조트 인수 → 강 전시장, 시민운영위원회 개최 → 번복 → 어등산리조트 소송제기→ 법원 두차례 강제조정(2012년 2·9월) → T/F 팀 구성→ 번복 → 어등산 민사소송 제기(2014년 5월)→ 윤장현 시장 T/F 팀 운영(2014년) → 2015년 법원 화해권고결정→ 광주시 이의신청 → 법정소송으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

강 전 시장체제하에서 구성된 시민운영위나 T/F팀, 그리고 윤 시장이 취임한 뒤 다시 T/F팀을 꾸려 3차례 운영했으나 여기서 도출한 내용은 매번 거의 비슷하고, 구성된 인원도 ‘그 밥의 그 나물’이다. 회의를 몇 번 더한다고 해서 특이한 아이디어가 나올 리 만무하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어등산리조트가 운영하는 골프장이 과거처럼 큰 수익이 난다면 그 기업의 부도덕성을 지적하고 공익적 책임을 다하라고 말할 수 있고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관광산업의 트랜드가 바뀌면서 골프장 사업은 이제 일본처럼 쇠퇴기에 접어들 수 밖에 없어 수익이 나지 않은 상황에 이르렀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물리학을 전공한 골드랫 박사가 주창한 TOC(Theory of Constraints), 이른바 ‘제약이론’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서로가 win-win하는 경영혁신을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광주시가 갖고 있는 제약요인인 ‘갑질’을 깨뜨리고 동시에 어등산리조트에 특혜를 주기 보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요구하면 된다.
물론 제약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유원지 기반시설, 테마파크 및 운동오락시설 조성, 분양면적의 용도변경과 규모의 적정성, 市 재정여건, 또 다른 민간사업자 참여 여부, 시민정서, 조성계획 변경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제약요인이며 해결의 실마리는 유원지 경관녹지 37만평 가운데 6만7천평에 달하는 유원지 부지를 어떤 방식으로 개발하느냐가 관건으로 남아있다.

어등산리조트측은 이번 법원화해권고 결정의 핵심인 유원지 경관녹지 37만평을 어쩔 수 없는 강요에 의해 광주시에 빼앗겼으니 이를 돌려달라고 했지만 시와 합의한 내용을 뒤엎은 것은 잘못됐다는 점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법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다만 유원지에 대한 개발방식을 2012년 강제조정 때 불거졌던 민간개발방식과 공영개발 방식을 놓고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달려있다. 미루고 미뤘던 공영개발방식에 대한 현재 시의 입장은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체 T/F팀에서 결정해주길 바라고 있다. 소신 없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세월만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공영개발방식으로 하자니 공익시설 중심으로 개발은 가능하나 초기 투자비로 부지 정리비 등 1000억에 대한 예산확보가 어렵다. 소요기간도 설계변경에서부터 시공업체 선정을 통해 공사 착공에 이르기까지 20여 개월이 허비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광주시나 도시공사로서는 선뜻 총대를 메지 못한 채 여론의 향배만 주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영개발로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이는 것도 여의치 않다. 강 전 시장 때 호반건설 등 전국 6개 업체들에게 참여를 요청했으나 이익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거절당한 바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더욱 가관인 것은 이 과정에서 어등산리조트를 철저하게 배제한 대목이다.
어등산 리조트로서는 당시 골프장을 완공한 뒤 자금에 쪼들리게 된 나머지 시로부터 운영허가를 받아 회원권을 분양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유원지 및 경관부지 37만평을 기부했고, 공영개발 방식으로 개발하라고 했음에도 정작 자신들을 제외시킨 것은 서운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 만큼 어등산리조트로서는 법원이 내린 이번 화해권고 결정을 광주시가 부당하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해 탐탁치 않는 반응이다. 행정의 합목적성 차원에서 조금이나마 여지를 남겨두었어야 했는데 극단적으로 법정으로 몰고 갔다는 데서다.

어차피 지난 2012년 합의과정에서 빠진 도시공사로 하여금 광주시가 위탁공사를 진행할 경우 이를 문제 삼아 법정공방을 벌일 수 밖에 없고 이럴 경우 또 다시 몇 년을 허비해야 할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등산리조트측은 공영개발 방식은 이미 물 건너간 만큼 민자로 개발하려면 자신들을 참여시키되 분양이 잘되면 유원지 및 경관녹지를 매입하는 데 든 토지보상금 300여 억만 달라는 것이다. 그게 무슨 특혜냐는 것이다.
광주시가 강제로 땅을 빼앗고 개발과정에서 어등산리조트를 배제하고, 더욱이 법정공방을 통해 다람쥐쳇바퀴처럼 원점에서 다시 사업을 검토한다면 ‘민간사업자는 죽어도 된다’는 말로 들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등산리조트측은 그 대안으로 이렇게 주장한다.
광주시가 민자로 개발할 경우 유원지 부지 6만7천평 가운데 호텔부지로 조성된 3만평을 최소한 100만원으로 잡을 경우 300억원이 들어오고, 상업용지 9천평을 더 확대해서 3만평으로 할 경우 평당 200만원으로 분양한다면 600억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300만원으로 할 경우 900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

호남고속철이 개통되고 중국의 요우커(유커)들을 잡으려면 가족호텔 및 비즈니스 호텔로서 안성맞춤일 정도로 이렇게 좋은 부지가 없다는 얘기다. 땅 값도 너무 싸 이미 몇 군데서 입질하고 있는데 광주시가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어등산리조트의 논리에 광주시가 응답해야 할 차례다. 10넌 동안 이리 엎고 저리 뒤집으면서 끌어온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이 서로 물고물리는 법정공방으로 지샌다면 시민시장으로 자처한 윤 시장은 또 하나의 시민, 또 하나의 지역기업을 또 다시 죽이는 꼴이 된다.

광주시는 지금 당장 갑질을 멈춰야 한다. 과거처럼 민간기업을 옥죄고, 특혜를 주고, 뒷돈(?)을 챙기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 이미 엎지러진 어등산관광단지에 혓바닥을 대려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소신 없이 여론에 눈치를 볼 필요가 뭐 있는가.

광주시는 법정공방보다는 제약요인을 제거하고 ‘더불어 사는 광주’라는 공동목표를 향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펴야 할 것이다.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