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시장은 지난 7개월 동안 광주가 앞으로 먹고 살아갈 ‘미래 먹거리’를 찾고, ‘광주 정신’을 올곧게 세워야 한다는 명제를 던졌지만 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행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몇몇 시민사회단체의 조언에 주체성 없이 끌려가다 보니 시정의 방향성을 잃었기에 그러하리라.
미덥지 않다는 이유로 의회도 그렇고, 산하기관 단체장 자기사람 심기도 그렇고, 지하철 2호선 결정과정도 그렇고, 그래서 일부 공무원들도 소위, '간을 보는' 바람에 한 때는 막다른 골목에 처하기도 했다.

윤 시장이 내건 슬로건대로 ‘더불어 잘 사는 행복한 광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넓고 광활한 곳에 ‘광주시정’이라는 진지를 구축해야 했었는데 그러질 못했다는 뜻이다. 여론의 지탄을 받으면서 자꾸만 협곡으로 들어가다 보니 전략·전술은 없었고 그러다 보니 전국 광역단체장 여론조사에서 꼴찌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윤 시장은 광주의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 ‘3각 축 벨리’를 구상한다.
자동차 벨리, 미디어·문화 벨리, 에너지 벨리를 융·복합해서 광주의 산업구조를 재편집 한다는 내용이 그 실체다.

27일 광주 창조혁신센터 출범이 바로 그 첫 단추다.
광주지역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굴지의 기아차와 더불어 두 축의 수레바퀴를 제대로 굴려나간다면 시민들의 삶의 질이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에서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국적으로 설치키로 하고, 현대 정몽구 회장이 이에 화답이라도 다섯 마리의 용이 승천한다는 ‘오룡동’에 둥지를 틀기에 이른다.

그날이 바로 어제였으니 윤 시장은 하루 내내 기뻤을 게다.
광주시와 현대차 그리고 정부가 3박자를 이뤄 나간다면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의 발로에서 나온 미소였을 것이다. 더 풀어서 말한다면 이런 자신감은 그의 진정성에 나온 거였다.

그동안 윤 시장은 현대의 정 회장이 이례적으로 3번 광주를 들를 때마다 공항을 나가거나, 기아차 공장 현장으로 나가 영접했다. 광주시청으로 찾아뵙겠다는 정 회장의 제의를 한사코 물리쳤다.

그러면서 먼 장거리 출장을 제외하고 현대의 전기차를 타고 출퇴근 했다. 앞으로도 수소차 5대를 더 구입할 계획이다. 말이 더 이상 필요 없이 광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라면 ‘현대를 최대의 파트너’로, 필요하다면 왕으로 모신다는 각오다.
항간에는 이러한 윤 시장의 행보를 시장이 체통머리 없이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동안 광주가 얄량하고도, 곰팡이 냄새나는 빵 몇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가 아귀다툼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본다.
그런 윤 시장의 진정성이 먹혀들었는지, 아니면 운이 좋았던 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출범을 계기로 광주의 미래는 더욱 희망으로 다가올 게 뻔하다.

윤 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공약으로 “광주를 독일의 유명 자동차 도시인 슈트가르트처럼 ‘슈타인바인스’같은 전문기관을 설립해서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을 만들겠다”고 발표할 때만해도 모두가 의아해 했던 게 사실이다.

기아 차 임금이 통상 8,000만 원대에 이르고, 그런 만큼 노조가 귀족화돼 한 치의 양보도 없을 텐테 실현이 가능하겠냐는 얘기다.

하지만 윤 시장이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로 만들겠다는 기존의 방침에서 한 발 후퇴하고 대신 ‘수소차 메카’를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튼 것은 유연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수소차 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연관 산업인 수소생산과 충전, 전기발전, 수소차를 연결시키는 융합 스테이션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투·융자 자금 1675억원이 지원된다.

하지만 이는 ‘언 발의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이제 공은 현대그룹에 넘어갔다. 박 대통령의 구상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난해 9월 대구(삼성)를 시작으로 10월10일 대전(SK), 11월24일 전북(효성),12월17일 경북(삼성 및 포스코)에 이어 광주에서 5번째로 출범한 게 현대다.

하지만 현대는 다른 재벌들과는 달리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원론적인 내용만 나열했을 뿐이다.
알맹이가 없었다는 얘기다.
통 큰 사업가로 이름난 정 회장의 입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148만 광주시민들로서는 맥빠진 분위기 였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R&D연구기관’을 광주로 이전하겠다는 구상이 뒤따르지 않았기에 그렇다.

기아차의 전신인 아시아 자동차 공장이 부도가 났을 때 윤 시장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언론기관, 지역 상공인들은 한데로 뚤뚤 뭉쳐 ‘기아차 살리기’에 동참했다.
이후 광주시를 비롯한 행정기관과 시민들은 내 고장에서 생산되는 기아차를 사주자며 누구라 할 것없이 솔선수범하는 정신으로 지원을 해왔다.
기아타이거즈도 마치 내 고향 팀처럼 열렬하게 응원한다.

그런 만큼 정 회장도 기업의 손익분기점도 중요하지만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윤 시장이 기아차 직원의 봉급을 8천만 원대에서 4천만 원대로 내리겠다는 다부지고 혁신적인 구상과 그 진정성이 과연 현대에 먹혀들지도 궁금하기만 하다.

물론 여기에는 시민들의 동참은 물론이고 산·학·연의 긍정적인 협조, 노사분규 없는 지역 등도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 창조센타에서의 윤 시장의 행복한 미소가 가득이나 어렵기만 한 지역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져 ‘더불어 행복한 광주’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동차 벨리에 이어 미디어· 문화 벨리, 에너지 벨리 구상도 기대해 본다.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