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 속에서 구단에 바라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한번쯤 멋진 세리머니를 연출하고 싶었던 게 사실이다.

“그저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보니 1부리그에 올라 있더라”고 한 남 감독대행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 남기일 광주fc감독대행<사진=광주fc>

올 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를 4위로 마친 그는 강원 fc와의 승리 뒤에 모든 것을 내려 놓는다.

過猶不及(과유불급,욕심이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란 고사성어를 항상 되새긴 남 감독대행은 속으로는 1부리그로 승격해야 하는 절박한 심정이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체 했다.

자신의 욕심대로 승부에 집착할 경우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데서다. 그렇게되면 선수들이 맘껏 그라운드를 누비지 못할 성 싶어 늘상 초심으로 돌아갔고 뒤 켠에서 묵묵히 선수들을 사랑으로 채찍질 했단다.

그런 진심이 통했던 지 마침내 광주fc는 경남과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1로 비겼으나 1·2차전 합계 1승1무로 내년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승격이 확정되기에 이른다.

남 감독대행은 광주fc와 함께 축구 인생을 살아왔다. 아픔도 있었다.

초창기 코치로 들어와 1년이 지나자마자 코칭 스텝과 축구철학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진사퇴 했다. 자신이 구상한 축구 철학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얘기다.

해외로 축구유학을 떠날까 준비를 하던 차 광주fc의 성적이 나락으로 떨어져 2부로 강등되기 직전 선수들로부터 많은 상담 전화가 걸려오자 마음을 돌렸다.

비록 자신은 축구단에 있지 않지만 그만큼 선수들이 자신을 믿어주는 것이 하도 고마웠단다. 그래서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고 오직 선수들을 위해서라면 모든걸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어찌보면 선수들의 믿음과 바람이 2부로 강등된 광주fc의 감독대행으로 남기일을 불러들인 셈이다.

그는 자신을 믿고 따라 준 선수들을 독려해가며 올해 자신의 꿈을 일궈냈지만 초반까지는 그리 쉽지 않았다. 5월 초의 성적이 꼴찌 바로 위 9순위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영입한 베테랑들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데다 주전선수 마저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다 보니 자신이 세운 축구에 대한 색깔을 내지 못했던 게 못내 아쉬웠다.

그도그럴 것이 경기를 이기고도 팀만의 색깔이 없을 때는 늘상 외로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경험 많은 베테랑 대신 23세 미만의 어린 선수들을 기용하기에 이르렀고, 그러면서 자신의 맘에는 안들지만 그런대로 축구의 색깔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성적은 오르기 시작했고 광주가 9월엔 3위로 올라섰다. 경남과의 마지막 결투에서 승리로 이끌게 된 원동력은 오직 자신만의 축구 색깔을 믿고 따라준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남 감독대행은 남들의 승리에 도취해 있을 때 파주트레이닝센터에 7일 입소했다. 자기개발 차원에서 지도자 최고 자격증인 P라이선스를 따기위해서다.

그는 이제 내년 1부리그를 위한 전략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그동안 정식 감독으로 임명되지 않은 채, 주위의 수군거림과 험담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선수들만을 믿고 묵묵히 일하다 보니 지도자로서 이제 우뚝 섰다.

내년 광주fc가 조직력과 정신력, 그리고 투혼을 바탕으로 한 끈끈한 팀으로 거듭나 1부 클래식에서 얼마만큼의 뒷심을 발휘할 지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다.<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