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은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주민 700여명을 향해 특유의 열변을 토해냈다. 호남 발전에 대한 청사진과 함께 특히 인재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할 때 마다 주민들은 흥이나 박수를 쳐댔다.

이어 중앙부처 공무원을 찾아다니며 곡성 아니 호남예산을 챙겨달라고 애걸복걸 했다는 열정과 대기업은 물론 공기업 사장을 찾아다니며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던 얘기를 거침없이 해나갔다.

특히 지난 30년 동안 정치생활을 하면서 호남지역 예산과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인권침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부모가 호남이라는 어쩔 수 없은 ‘탯줄’ 때문에 머리 좋고 똘똘한 공직자들이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관련법을 발의했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전남 동부의 젖줄인 보성강과 섬진강 유역의 건천화 방지대책과 경남과 전남 광양을 잇는 국도 77호선을 연결하기 위해 한려대교를 해저터널로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순천 의정보고회 때 이슈가 됐던 현대자동차 공장의 전남 유치는 구체화 될 때까지 여러분께서 참아달라고 부탁했다.

보고회가 끝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 됐다.

“곡성인구가 3만명에 불과하다.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명함을 내밀고 다니지 못할 정도다. 대책을 세워달라”에서 부터 귀농인의 인터넷 불통, 농협 신용사업 활성화 지원 여부, 채석장 허가에 따른 생활불편, 6·25때 공비로부터 학살된 양민들에 대한 명예회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귀를 쫑긋하듯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이정현 의원에게는 특이한 스킨십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여기모인 주민 모두가 다 한마디씩은 해야 할 텐데 다음 기회로 미루자며 이렇게 얘기한다.
“여러분들이 저를 불러주시고 그 대가로 막걸리 5병만 준비해 주신다면 제가 잘 부르는 ‘울고 넘는 박달재’를 구성지게 부르겠노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러면서 다리도 아프고 다음 일정에 맞춰야 하니 여기서 끝내겠다고 하자 주민 모두는 싫지 않는 듯 박수를 보낸다.

이를 지켜보면서 이정현은 뭔가 흡입력이 있고 바이럴(입소문)마케팅의 전문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그도그럴 것이 매주 토요일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마을을 정해 그곳에서 묵고 자고 막걸리로 소통하면서 아침밥을 얻어먹는다고 한다. 이른바 발품을 파는 의정활동을 한다는 얘기다.

당선 이후 언론인과의 회동이나 전국에서 쇄도하는 특강도 사절하고 있다고 말한 뒤 ‘여러분이 곧 저에게는 가장 큰 백’이라고 치켜세울 줄 안다.

실제로 이정현은 의정보고회를 마친 뒤 마을단위 의정보고 겸 간담회 자리가 마련된 오곡면 오지리 마을로 줄달음을 쳤다.

그곳에는 이장단과 마을에서 계란줄 깨나 세는 이른 바 ‘시골 유지’ 등 20여명이 밤 8시께 한 자리에 모여 약간의 다과와 함께 막걸리를 들이키면서 밤이 깊은 줄 모른 채 농촌 현안문제를 논했다. 이정현 특유의 “하~하~하”라는 웃음소리가 퍼지고 입담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장 집에서 잠을 자고 아침밥은 공짜로 해결한다.

간담회에 참여한 한 이장의 한마디가 심금을 울린다.
“지금껏 국회의원과 얼굴을 마주보고 오랜 시간 얘기하는 건 생전 처음이다. 막걸리 한잔에 정을 나누다 보니 시골 무지랭이인 자신들을 알아주는 것 같아 대단히 행복했다. 국회의원 한번 잘 뽑았다”는 것이다.

비록 시작은 미미하나 특유의 스킨십으로 마을을 돌며 발품을 파는 이정현식 의정보고 겸 간담회는 앞으로 값진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이정현이 말하는 꿈과 의지가 저 황금들녘의 벼처럼 알알이 열매를 맺는다면, 설사 그게 이뤄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의 지역발전을 위한 진정성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정보고회 자체는 의미가 있다 하겠다.
지난 선거 때 “미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국회의원으로 당선 시켜주십시오”하면서 이정현이 간절하게 외쳤던 그 바람이 이뤄지기를 고대한다.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