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기 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촌고분 금동신발은 백제와 영산강유역의 교류시기 규명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나주 다시면 정촌고분(나주시 향토문화유산 제13호)을 발굴조사하고 있는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23일 “완벽한 형태의 금동신발을 비롯해 금제 귀걸이, 장신구, 마구, 화살통, 화살촉, 옥, 토기 등 중요 유물 다수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금동신발은 장례에 쓰이는 신을 의미하는 ‘금동식리’(金銅飾履) 중 하나로 길이 32㎝, 높이 9㎝, 너비 9.5㎝ 크기로 지금까지 발견된 것들 중에서 원형의 모습을 완벽하게 간직하고 있다.

금동신발 바닥에 새겨진 화려한 모양의 연꽃은 곧 꽃을 피우고 은은한 향기를 풍길듯하다. 8개의 꽃잎이 삼중으로 겹 배치돼 있는 연꽃문양은 실제 꽃보다 더 아름답고 바닥에 새겨진 도깨비의 기개가 용의 자태와 다름 아니다. 신발 앞코에서는 용이 끌고, 바닥은 용과 연꽃이 받치고 있어 용이 금방이라도 승천할 듯 꿈틀거린다.

그동안 무령왕릉을 비롯해 고창 봉덕리, 공주 수촌리, 고흥 안동 고분 등 13개 유적에서 17점의 마한·백제권 ‘금동식리’가 확인됐지만 정촌고분 만큼 완벽하게 보존된 경우는 없었다.

연구소는 이번에 출토된 금동신발이 백제가 영산강 유역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시점과 토착세력과의 관계 등 당시의 복잡한 정치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한 유물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성 백제시대 중앙 왕실에서 마한지역의 수장에게 하사품으로 내려 보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광주뉴스통=박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