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노동자에게 중요한 생존권이다. 따라서 임금을 비롯하여 복지문제 등 기업의 노사간 합의는 어려운 문제이다. 당연히 노동자는 더 달라고 요구하고 기업은 어려우니 더 줄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한다.

광주의 금호타이어는 임금협상은 고질적이다. 그동안 되돌아보면 전면파업, 부분파업 등으로 회사를 압박하기 일쑤였다. 회사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베트남에 공장을 가질만큼 글로벌한 기업이지만 경영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금호타이어 합의안 주요 내용

이런 가운데 14일 금호타이어 2016 임금 및 단체교섭에 노사간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8개월여 동안 이어져온 임단협이었다. 금호타이어는 이날 22차 본교섭을 열고 그동안 쟁점이 됐던 임금인상과 격려금 수준, 임금체계 조정안 등을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번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임금인상 2.5% △2017년 경영목표 달성을 위한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지급 △임금체계 조정(57세까지 정기상여금 800% → 58세 700%, 59세 600% , 60세 400%로 조정) 등이다.

특히 임금체계의 경우 2017년부터 정년을 만 60세에 도달하는 해당 연도의 연말로 정했다. 정년이 연장된 기간(58~60세)의 임금은 매년 정기상여금에서 일정 부분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노조 측은 잠정 합의사항을 토대로 조만간 조합원 설명회를 가진다. 이후 총회를 열어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잠정 합의안은 19∼20일 찬반투표를 갖고 전체 조합원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21일부터 8개월여 간 이어져왔던 금호타이어 노사간 협상이 마무리 될 전망이다. 노조는 임금·단체협상 결렬로 지난달 12∼13일 부분파업을 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노사파업 '고질적'

금호타이어는 왜 이렇게 파업을 자주하는 것일까. 금호타이어 노사관계는 좋은 편은 아니다.

금호타이어는 외환위기로 곤란을 겪었던 2009년과 워크아웃 돌입 이듬해인 2011년, 에 이어 2015년 8월 등 3번이나 직장폐쇄를 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올해 8월 11일부터의 4일간 부분파업에 이어 17일부터 9월 20일까지 36일째 전면파업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 2009년 기록했던 최장 전면파업 기간인 16일을 훌쩍 넘기면서 최장 파업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전면파업으로 빚어진 생산차질 규모가 부분파업과 전면파업을 포함해 그동안 39일간의 파업으로 1천500여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에도 커다란 생채기를 남기기도 했다.

지난 2011년 금호타이어 직장폐쇄 당시 노조측은 정상근무를 하겠다며 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했다.

이 정도로 임금수준이 낮은 것인지 과거자료를 살펴보자.

금호타이어 임금은 업계 최고

2014년말 약 5년여 만에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졸업에 성공한 금호타이어가 타이어업계 최고연봉 직장으로도 이름을 올렸다는 보도가 있다.

한국·금호·넥센 등 국내 타이어 3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직원 평균연봉이 가장 높았던 곳은 금호타이어로, 1인당 6200만원으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다. 경쟁사인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2014년 평균연봉은 각각 6100만원과 5300만원이다.

반면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률은 9.9%로 동종 업계(10.9~12.1%)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이다.경영실적은 꼴찌인데도 종업원 임금은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인 셈이다.

금호타이어의 평균연봉이 6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0년 이후 4년 만이다. 금호타이어 직원들은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2011년 4900만원, 2012년 5400만원, 2013년 5600만원의 임금을 평균적으로 지급받아왔다.

잡플래닛에 따르면 최근 금호타이어의 연봉수준은 사원 대졸의 경우 329건 조사된 평균은 7,752만원이었다. 결코 적은 임금수준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영업실적은 심각한 '꼴찌'

이런 가운데 국내 타이어업계 빅3(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 가운데 금호타이어만이 지난해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한국타이어와 한 때 라이벌로 인식됐지만 지난해 10분의 1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사상 첫 1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넥센타이어도 5년 연속 실적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실적은 시장 예상치(영업이익 2528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매출액 2조9486억원, 영업이익 1026억원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중국 남경공장 이전, 투입원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이 요인으로 작용으나 무엇보다 노사가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놓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점이 컸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금호타이어에 대해 경영 정상화의 관건은 노사관계가 될 것이라고 지난달 말 지적했다. 그만큼 노사관계가 썩 좋지 않다는 판단이다.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경영권이 안정화되면 금호타이어의 재도약의 관건은 노사관계”라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뒤 파업이 이어지면서 수익성은 부진했으나 인건비는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고무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 상승으로 금호타이어의 원가율은 동종업체와 달리 증가하는 중”이라며 “박 회장이 지분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노사관계 안정화 없이는 경영 정상화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적은 지난 2015년에도 있었다. 고질적이라는 이야기이다. 삼성증권은 “금호타이어의 실적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며 “2014년 말 워크아웃 졸업으로 생산능력이나 브랜드에 대해 재투자가 필요한 시기지만 노사관계와 지배구조가 불안정해 실적 안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의 미래?

금호타이어는 2014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2015년 초 기본급 15％ 인상, 격려금 지급 등에 합의했다. 노조측은 워크아웃으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양보할만큼 양보했기 때문에 이제 원상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금호타이어 문제는 단순히 노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존권, 그리고 지역경제 회생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이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워크아웃 5년간 실질임금 삭감으로 6천억~8천억원 수준의 인건비를 기업회생을 위해 내놨기 때문이다.

반면 박삼구 회장은 순환출자 구조 그룹에서 자신이 직접 소유한 주식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도 별로 크지 않다. 채권단 역시 크게 손해 없이 대부분의 채권을 회수해 갔다. 사측에서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가지고 노조와 교감을 하여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 삼성증권은 당시 금호타이어 한국공장의 인건비가 2014년 매출액 비중 14.4%에서 2015년 17.4%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었다.특히 금호타이어가 국내 타이어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배구조 개편이 미완된 상황이라는 점도 금호타이어의 실적 불확실성을 높인다고 분석했었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채권단 매각 협상 중이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 중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주주협의회(채권단)를 상대로 매각 정지 가처분신청 등의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