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위로 보름달이 떴다. 청와대에서 어스름 저녁에 박근혜가 탄핵 이후 올려다봤음직한 이 보름달을 보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을 것으로 느껴진다.

자기 집처럼 느껴졌던 청와대에서 어느날 갑자기 또 떠나가라고 하니 얼마나 심정이 착잡할까. 더욱이 그것도 또 쫓겨나는 신세이니 말이다.

둥그렇고 밝아야 할 보름달이 유난히 을씨년스럽다며 가슴을 치고 통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말이다.

보름달 아래 북한산은 청와대를 내려다보며 어떤 기억을 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정부수립 69년 동안 영욕의 세월을 지냈던 수많은 대통령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말로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말이다.

우리에게는 12명의 대통령이 있었지만 이승만은 망명했으며, 장면은 민주정체를 빼앗겼고, 윤보선은 쿠데타를 추인했으며, 박정희는 암살당했고, 최규하는 전두환에게 무릎꿇고 전두환과 노태우는 사형성고를 받았고, 김영상과 김대중은 아들농사를 잘못 했으며, 노무현은 자살했고, 이명박은 지금 4대강 불거질까 가슴 졸이고, 박근혜는 탄핵 파면당했다. 역대 대통령 중 존경할만한 대통령이 없는 불운한 나라이기도 하다.

박근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선고 이후 공무원직을 파면당했으나 '청와대 관저'라는 관사를 내놓지 않고 사흘째 버티고 있다. 관저 칩거를 이어가면서 죄송하다, 잘못됐다, 라는 말 한 마디조차 하지 않고 것이다.

이 마저도 누군가 원고를 써줘야 읽는다는 것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헌재 판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인용이든 기각이든 사전에 두 가지 대응방안을 준비하는 것은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박근혜 측은 보수를 마치는 대로 퇴거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에서 나가는 그녀에게 경호와 시설 문제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말 자체가 염치없는 짓이다. 보일러가 가동 안되면 전기장판이나 온수장판이라도 틀고 자면 될 일이고 난방은 전기온풍기 등을 틀면 될 일이다.

어떻게든 며칠이라도 더 있으면서 기록물 은폐라는 수순을 밟고 있는게 천리안처럼 눈에 보인다고 말할 정도다.

만약 박근혜가 삼성동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1963년 아버지 박정희의 쿠데타 이후 대통형 취임과 함께 1979년까지 18년을 청와대에서 성장했고, 대통령 취임일인 2013년 2월 25일 34년 만에 재입성했었다.

박근혜의 청와대 퇴거와 함께 헌재의 선고에 관해 어떤 말을 할까.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에선 승복하겠단 의사를 드러내 작금의 사회 분열을 봉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는 스스로 밝힌 지난달 27일 헌재 탄핵 심판 최종 변론에서 서면 의견으로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해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해결하고자 한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결과에 승복한다는 의사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박근혜가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검찰은 그녀를 조사를 위해 소환해야 하고 공범인 최순실, 안종법, 이재용 등이 구속된 것과 마찬가지로 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의견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미룰 하등의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의 삼성동 집 이사가 늦어지는 문제에 대해 "관저에서 퇴거하는 문제는 지금 이사갈 곳 준비가 끝나지 않아서 2~3일 정도 늦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까지 야박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조국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박근혜 씨, 파면 후에도 ‘사저 난방 미비’ 운운하며 청와대를 떠나지 않는다. 반나절도 그 공간에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고액의 숙박비를 내더라도 안 된다. 그게 법이다. 사비를 써서 고급 호텔로 옮기고, 짐은 추후 포장이사 하라”라고 박근혜 퇴거 지연에 일침을 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 머무르는 것에 대해 “민간인의 불법 점거”라며 즉시 퇴거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증거 인멸하는 거라면 정말 못 참는다. 검찰은 확실히 하라"고 지적했다. 노동당은 박 전 대통령을 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군사보호시설 무단출입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힌 상태다.

12일 오후 1시 현재까지도 청와대 누리집에는 여전히 박근혜가 '대통령'이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박근혜가 파면됐지만 청와대 누리집 초기 화면에는 여전히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등장해 누리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12일 낮 1시까지도 청와대 누리집에는 여전히 박근혜의 과거 부처장관 간담회 관련 사진이 걸려있다.

그곳에는 “저는 국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박근혜의 과거 발언이 적혀있다.

또 오보괴담 바로잡기 이것이 팩트입니다 등도 남아있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직무유기, 대통령 비서실의 직무유기 또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