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효과, 효율성, 네트워킹, 컨트롤타워 등등 대부분의 '협력형 시스템'을 통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들이다. 이는 기업그룹이건, 정부조직이건, 사회단체들이건 조직내의 힘들이 서로 협력했을 때 효과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검증된 법칙을 무시하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컨트롤타워의 대명사인 미래전략실을 '완벽한 해체'를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름이 바뀌거나 조직형태나 조직규모가 바뀔지언정 어떤 형태로든 컨트롤타워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상성그룹의 효율적인 경영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경영의 기본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26일 5번째 소환에서 변호인 입회하에 ‘마지막 만남’을 갖고 삼성 미래전략실의 실·팀장 전원 사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들뒤인 미전실 팀장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시각도 28일 정오경이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해체에 대한 키를 가진 사람은 이 부회장 뿐이다. 이 부회장 구속 직후부터 미전실 해체를 위한 실무 작업과 각종 후속 쇄신안을 준비해 오던 기류가 주말을 기점으로 진정한 과거와의 결별 및 쇄신을 다짐하는 차원에서 ‘완벽한 해체’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물론 당장은 미전실을 해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도 '현재'의 관점일 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스물스물조직을 다시 구성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정권이 바뀌거나 새로운 정경유착으로 인해 정치와 기업은 암의 장막에서 새로운 밀약을 나누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5천년 역사에서 그래왔고 근대정치사에서도 '혁신'을 주장했던 모든 정부가 그래왔다.

아주 단순한 예로 대통령은 바꾸고 싶지만 참모진들이 자신들의 이권에 혈안이 되거나 집착한 나머지 '있을 때 잘해'라는 식으로 권력욕을 휘두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삼성은 미전실 수뇌부 해체를 앞두고 10개 이상의 쇄신책을 준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체되는 마당에 사장단 인사와 채용, 감사 등 주요 기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계열사에 유산처럼 남겨서는 안 된다”는 내부 지적이 나오면서 이조차 모두 덮었다고 알려진다.

이같은 조치는 결국 이 부회장을 구속상태에서 우선 빼내오거나 재판 과정에서 "우리는 이만큼 노력했소"라는 가시적 드러내기를 통해 형량을 줄여 집행유예 정도로라도 경영 일선으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으로 보인다.

58년 만에 문 닫은 컨트롤타워

미전실의 뿌리는 1959년 고 이병철 회장 시절에 설치한 삼성물산 비서실에서 출발한다. 어느 그룹에나 있는 비서실이 서류정리하고 차 심부름 정도가 아니라 비서실이 모든 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그래서 비서실 사장이라는 직함도 존재한다.

이후 58년간 총수 직속 조직으로 운영되며 명맥을 이어왔다. 그동안 미전실은 총수를 보좌하면서 계열사 사장단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영향력과 권한을 행사했다.

계열사 간 사업 조정 및 대형 인수합병(M&A)부터 사장단 및 임원 인사, 그룹 공채, 계열사 내부 감사,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한 대관 업무 등 굵직굵직한 그룹 현안은 모두 미전실 손을 거쳤다.

이들은 정부나 검찰 조직에도 손은 댄다. 이들의 '장학생'으로 성장한 주요 요인들도 있다. 그래서 삼성의 검은 손을 뿌리치기 힘든 것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2005년이다. 2005년 7월 22일 <MBC>는 안기부 도청 테이프(X-파일) 녹취록 내용을 보도했다.

삼성 X-파일 사건은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 사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 내용을 불법 도청한 것인데, 두 사람이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나눴던 대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전·현직 검찰 간부들에게 떡값 500만~2,000만 원씩을 주기로 했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보도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져 나갔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5년 2월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로 임명한 일이 있다. 홍 대사의 임명은 또한 참여정부가 삼성과 사실상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가 사주로 있던 <중앙일보>는 노무현의 참여정부와 노 대통령에게 대립의 날을 세웠던 보수언론의 대열에서 이탈해 중립 또는 ‘적대적이지 않은’ 쪽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MBC보도 직후 홍석현씨는 그해 9월 주미대사직을 사퇴하게 된다. 홍씨는 다시 2006년 12월 중앙일보 회장으로 복귀했고, 2011년 12월 JTBC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처럼 삼성은 막강한 권한만큼 대형 리스크도 많았다.

삼성의 비서실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본부’로 재편됐지만 8년 만인 2006년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지면서 ‘전략기획실’로 축소됐다. 2008년 ‘삼성특검’ 직후에는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전략기획실이 전면 해체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사장단 협의체가 일부 기능을 이어받았다. 2년 반 뒤인 2010년 12월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번 특검 구속 사태를 맞으면서 “이번에는 사장단 협의체 등 조금의 실마리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없앴다는 것이 2008년 때와 다르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어떻든 미전실 해체와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이 부회장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국민들 사이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전실을) 없애겠다”고 직접 약속했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청문회 직전까지도 미전실 해체는 내부에서 확정되지 않았던 이슈”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 본인 의지가 컸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기업 CEO가 전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에서 어떻게든 청문회를 피하고 국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이미지 창출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선택했을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선단식에서 계열사 중심 경영으로(?)

동아일보는 이번 기회에 그동안 계열사를 총괄하는 선단식 경영을 해왔던 삼성그룹이 앞으로는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바뀐다고 했다. 3대 계열사인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을 중심축으로 관련 계열사들이 함께 주요 사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미전실이 주도했던 그룹 사장단 회의와 연말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간부 승격자 교육, 신입사원 연수 등의 행사도 모두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신입사원 공채 역시 계열사별로 필요한 만큼 알아서 뽑는 방식으로 바뀐다. 그룹 차원의 채용 공고가 이날까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반기(1∼6월) 공채부터 계열사별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동아일보의 분석은 기업의 생리를 깊이 들여보지 않은 데 따른 잘못이다. 기업은 생태적으로 효율성, 생산성을 강조하는 조직이다. 또한 이익추구와 효과성이라는 수많은 경영이론의 실험장이면서 학습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에 맞는 징치와 경제, 세계의 환경과 경쟁력을 갖는 새로운 조직으로 끊임없이 변신할 뿐이다. 그들은 앞으로도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치권과 검차르 국세청에도 줄을 댈 것이고 '장학생'을 길러내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이익금의 용처는 아직까지 언급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가족들과 상의해 용처를 찾겠다”고 약속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지분 등으로 구성된 이익금은 2008년 기준 1조 원가량이었지만 현재 3조∼4조 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용처를 찾을지는 모르겠지만 대기업이 끊임없이 적립하고 있는 비자금은 이번 특검 이후, 새로운 대통령 체제가 등장하더라도 새로운 '장학생'을 물색하기 위한 '떡값'으로 여기저기 뿌려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것을 이번에는 알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잊게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삼성 미래전략실 해제는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해체-미래전략실-??? 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