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는 아직 멀었다. 임기만료를 앞둔 조선대학교 2기 이사회가 차기 이사진 구성 논의를 미뤘다. 조선대 2기 이사회는 스스로 정관이나 관련법률을 위배하고 있는 데도 아무런 반성이 없어 보인다.

2기 이사회는 또다시 1기 이사회의 전철을 밟으려 하고 있다. 하얀 눈이 조선대를 덮듯이 이사회도 하얀 마음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일까. 1기와 2기 이사회의 이사장을 맡았던 강현욱 이사장의 리더십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우려된다.

조선대는 23일 오후 임시이사회를 열어 올해 예산과 교원 임용 등 29개 안건을 심의했다. 그런데 이사회는 최대 현안인 차기 이사 선임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척 없이 회의를 종료했다.

지난 2013년말 2기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선임 기한을 넘겨 1년여 '자리 지키기'에 몰두해온 조선대 이사회가 교육부의 '임시이사 파견'이라는 강공에 못이겨 결국 2명의 이사 유임과 3명의 정이사 선임, 3명의 개방이사 선임 등 모두 8명의 이사를 확정한 바 있다.

조선대 이사회는 당시에도 '임기 끝난' 이사들이 1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학교법인의 모든 업무를 결재하고 선임이사처럼 활동을 해와 조선대학교 민주이사추천위원회(이하 민추위)는 성명을 통해 비리이사와 구 경영진측이 대학을 장악하려는 야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민추위는 당시 “개방이사 선임, 정이사 선임, 비리이사 퇴진, 구 경영진 배제, 관선이사 반대”의 5대 원칙을 반드시 관철하여 비리이사와 구 경영진 측이 배제된 제2기 정이사회 구축을 위한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였다.

지난해 6월 조선대 교수평의회는 이사회가 대학자치를 부정하고 있다며 이에 반발하는 현수막을 교내 곳곳에 붙인 바 있다.

이번 3기 이사 선임과정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되풀이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2기 이사회 기간 중에도 조선대 교수평의회는 이사회가 대학자치를 부정하고 있다며 현수막을 걸고 반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조선대 이사회는 학내 구성원이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선출한 개방이사 3명, 구재단 측 인사 3명, 교육부와 학교 측 인사 3명 등 9명으로 구성되었다.

현 이사회는 25일로 3년 임기가 끝나는데 새로운 이사회가 꾸려지려면 개방이사 선임과 교육부 승인이 선결 과제다. 그런데 개방이사를 제외한 정이사들은 차기 이사 선임에 ㄸ아른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않아 26일부터는 '임기 끝난' 이사로 긴급사무처리라는 미명하에 학교의 모든 것에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기 이사들이 이것으로 1년 이상 '재미'를 본 경험이 있어 이번 2기 이사들도 전례를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선대 교수·직원·총동창회로 구성된 대학자치운영협의회(대자협)와 법인 이사회 간 이견으로 개방이사 추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사회는 지난달 초 개방이사추천위원 5명을 선임해 대자협에 통보했다. 대자협은 이들 5명이 편중된 인사라며 개방이사 추천권 위임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공문을 통해 25일까지 차기 이사진을 선임하지 못하면 현 이사회에 대해 임원 취임 승인 취소 등을 조처하겠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 공백이 길어지면 교육부는 임시이사 파견까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대는 1988년 박철웅 전 총장 일가가 물러난 후 2009년 말 21년 만에 임시이사 체제를 종료하고 정이사가 선임됐다.

학내 반발 등 우여곡절 끝에 2010년 1기 이사회가 출범했지만 학내 갈등이 계속됐다. 1기 이사회도 임기가 끝난 후 1년 이상을 질질 끌다가 2014년 2기 이사회가 구성됐지만, 학교 자치기구들이 원했던 '구 경영진 완전 축출'에는 실패해 학내 갈등이 이어져 왔다.

조선대 백수인 교수(전 법인정상화위원회 위원장)는 지난 22일 오후 '대학지배구조의 민주화와 조선대학교 제3기 이사회 구성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조선대 공영화론을 주장했다. 이는 2기 이사 선임과정에서도 논의를 활발하게 가졌던 부분이다.

백수인 교수는 "조선대 공영화에 대한 논의는 1999년 7월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 제기됐고 두 번째는 2011년 3월 당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광주시가 조선대를 인수해 아시아문화중심대학으로 만드는 방법을 제안했으며 세 번째 논의는 2012년 6월 지역 시민단체에 의해 제기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논의를 거쳐 합의된 법인정상화 방안이 공영형 이사제도이므로 조선대 이사회가 공영화를 거쳐 국·공립화돼 전남대와 제로베이스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면 고등교육과 학문 발전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된 광주전남 지역의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으며 학부모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인서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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