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화예술회관이 이번에도 '혁신'은 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중요한 혁신안 가운데 하나로 지역 문화예술계가 요구했던 개방형 관장 제도는 들어있지 않고 퇴직이 가까운 공무원들의 순환일자리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광주문예회관에 따르면 회관 운영조례, 예술단 설치조례 등 7개 규정(조례 2건·규칙 2건·훈령 3건)의 개정안이 지난 8일 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한 데 이어, 이날 광주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원안 의결됐다.

개정안은 광주시립오페라단 창단, 예술단 통합사무국 신설, 단원 명예퇴직 제도 도입 등 나름대로 '혁신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혁신은 내부 업무효율성 위주로 제도적인 개념이기는 하지만 시민에게 더 다가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다음달 공포될 개정 조례안은 2015년 7-10월 문예회관과 시립예술단 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문화예술회관 혁신 TF’에서 논의됐던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 회관은 노후 시설, 발레단 평정 갈등, 국극단 예술감독과 노조 간 고소전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었다.

TF는 임해철 호남신학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조오섭 시의원, 윤만식 전 광주민예총 회장,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학계·시민단체·시 공무원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당시 중점 논의 사안은 ‘문화예술 전문화 방안’이었다. 현재 공무원이 맡고 있는 문예회관장을 문화 전문가 등 개방형으로 공모하자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1991년 개관 이후 문예회관장은 광주시 소속 4급 공무원이 맡아 왔다. 이로 인해 문화예술분야 전문가에 비해 관련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공무원 정년퇴직 이전 ‘쉬어가는 자리’로 인식되면서 대부분 문예회관 관장이 단원들과의 소통은 물론, 공연 기획 등 문화 전문 업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광주와 달리 전국 7개 특·광역시 문화예술회관 중 서울과 대전, 울산, 대구, 부산 등은 개방형 관장이 맡고 있다. 인천 역시 2011년 개방형 관장을 뽑은 적이 있어 공무원 관장을 고수하고 있는 곳은 광주가 유일하다.

이에 대해 TF에 참여한 한 문화계 인사는 “광주 공연예술 발전의 첨병이 바로 문예회관인데 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인사가 수장으로 있으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며 “공직자들이 서기관 자리 하나 없어지는 데 반발해 개방형 관장 도입이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문예회관 내부적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전문가 관장을 두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현재 회관과 예술관 내 벌어지는 사안들을 처리하는 데에는 행정 전문가인 공무원 관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예회관 관계자는 “회관장은 공무원으로 임명하고 통합사무국장을 개방형 직위로 선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서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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