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공동저자인 크리스토퍼 헨든(Hendon·28) 박사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화학과 연구원이다.
2012~15년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할 때 단골 커피집 주인인 영국 바리스타 챔피언인 맥스웰 콜로나-대시우드와 함께 책을 썼다.

헨든 박사는 지난달 열린 '서울 카페쇼' 강연차 방한했다. 이 자리에서 헨든 박사는 자신을 "수퍼컴퓨터를 이용한 에너지 저장·전환 연구가 본업인 화학자 겸 화학공학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커피 맛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과학자답게 원형 파이 차트를 그려가며 설명했다. "커피 맛의 절반은 생두(볶지 않은 커피 원두)가 차지합니다. 물은 25%, 커피를 볶는 로스팅은 10~15%, 커피 추출 기술은 아주 미비합니다."

그러면서 커피 맛은 물의 세기, 경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강조했다.

헨든 박사가 말한 경도는 물에 녹아있는 무기질 중에서 주로 칼슘(Ca)과 마그네슘(Mg)의 함량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경도가 150㎎/L 이하면 연수, 이상이면 경수로 본다.

"경도가 높을수록 물이 '끈적하다'고 표현한다. 커피 원두가 가지고 있는 맛이 더 많이 묻어나온다. 입안에 머금었을 때 묵직한 '바디감'이 있는 커피를 선호한다면 프랑스 '에비앙' 같은 센물이 낫죠. 유럽산 생수는 경수가 많다.

하지만 연수(부드러운 물)는 단백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한국에서 음용하는 물은 대부분 연수이다. 좋은 맛뿐 아니라 나쁜 맛도 더 추출됩니다. 한국의 '삼다수'처럼 부드러운 물로 끓인 커피는 싱겁거나 바디감이 약할 수 있어요. 대신 커피의 산도를 잘 살려주고, 비교적 균일한 맛의 커피가 추출되며, 극단적으로 쓰거나 맛없는 커피는 추출되지 않는단 장점이 있다."

헨든 박사는 "커피 내릴 때 값비싼 생수는 필요 없다, 수돗물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생수가 건강에 더 이로울 수는 있지만, 커피 맛을 더 좋게 하지는 않습니다. 수돗물 특유의 냄새는 염소 처리를 하기 때문인데, 수돗물을 하룻밤 정도 묵히거나 숯 등 탄소 소재 필터로 여과해 염소 냄새를 제거해 쓰면 됩니다."

박어진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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