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학내 이슈가 되고 있는 대학등록금을 올리지 않은 대신 교수와 직원의 봉급을 내려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각자 해법을 제시하면서도 “수익창출로 대신 하겠다”는 답변으로 얼버무렸다. 그동안 총장후보로서 대학 연구실적 및 국책사업 수주 실적을 대라는 질문에는 이공계와 인문계열 후보 간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같은 사실은 9일 조선대 해오름관에서 열린 제16대 총장 입부보자 합동연설회 및 정책토론회에서 입후보자들의 정견발표에 이어 공통질문과 개별질문에 대한 후보들의 답변에서 드러났다. 7명이나 출마한 후보들의 수적우세와는 달리 이날 방청석의 분위기는 썰렁할 정도로 빈 좌석이 대부분이어서 총장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반영한 듯 했다.
특히 총장 선거구도상 선두주자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3강구도로 치닫는 상황이라 그런지 ‘도토리 키 재기식’ 경쟁을 하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거운동기간과 추석 명절이 겹치면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첫 도전한 후보들로서는 인지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필이면 주말과 추석명절이 끼어있는 데다 그 틈새인 12일과 13일을 사전투표일로 잡은 것도 총장선거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데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총장 후보 매직넘버는 기호 1번 차용훈(공과대학), 기호2번 박대환(외국어대학), 기호3번 이계원(경상대학),기호4번 민영돈(의학전문대학원),기호5번 강동완(치의학 전문대학원),기호6번 이종범(인문과학대학), 기호7번 임동윤 (의학전문대학원)이다.

그동안 조선대 총장선거는 학내 구성원들과 특정 세력 간 투표참여 비율을 놓고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키면서 한때 파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우여곡절 속에 마무리 돼 일정대로 직선제 총장선거로 치러지게 됐다.
학내 구성원 별 득표 비율은 교수가 76%, 교직원 13%, 학생 7%, 동창회 3%, 일반인 1%로 확정됐다. 총선 선거가 그러하듯 대학의 주체인 교수들이 헤게모니를 쥔 상황이지만 두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특정후보에게 몰표를 던질 경우 캐스팅 보트를 쥘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반대로 학생들을 조정하는 특정 후보를 이미 알고 있는 터라 교수들이 역 선택을 할 경우 불리할 수 도 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엇갈린 판세 속에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위기에 처한 조선대를 구할 후보, 다시 말해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후보가 누구냐로 귀결될 게 뻔하다.
현재 조선대는 주인이 없는 대학이다. 이사회는 학교운영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으로 날을 세고 있다. 교직원들의 봉급은 타 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재정을 좀먹고 있다. 부부가 함께 근무하면 걸어다니는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다는 우수개 소리도 들린다. 그래서 그런지 보직교수의 ‘영’이 서지 않고 있다.
교수사회도 모래알 조직이어서 실질적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학내 현안에 대해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방청객이 그리 많지 않아 맥빠진 분위기 속에 진행된 조대총장선거 정견발표 현장

그러다 보니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취업이 제대로 안돼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재정적립금의 고갈이다.
과거 일부 역대 총장들이 선거공약과는 달리 주인 없는 대학에서 갑질 만 해왔지 대학 발전기금이나 수익사업에는 거들떠보지 않은 상황이었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에 의존하다 보니 대학의 적립금은 소위 ‘마포바지 바람’ 새어나가는 상황이다.
들어오는 수입은 적고 교직원 봉급 등 나가는 지출은 많다보니 이제 학교를 지탱할 재정적 여력도 충분치 않다.

그래서 이번 총장선거는 여느 때와는 달리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입후보자들의 정견발표에서 보듯 이러한 우려를 타개하고, 더 나아가 학내 위기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소신에 찬 결기를 바라볼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정견발표가 끝난 뒤 플로어의 질문 차례가 오자 이공대학 제어계측학과에 다니는 학생은 이렇게 질문한다. 등록금을 올리지 않고 교수 교직원 임금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은 제시하라고...

총장 후보들의 대답 또한 한결 같았다.
"등록금 동결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봉급을 내리면 우수한 교수나 직원들을 확보할 수가 없고 그리되면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면서 빈곤의 악순환이 된다. 어떤 후보는 교수의 봉급을 인문계와 이공계를 달리하겠다"는 현실적인 접근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확실하고도 구체적인 답변을 제시하기 보다는 역대 총장 후보들이 내걸었던 선거공약을 베끼는 수준에 그쳤다. "대학 발전기금을 적극 유치하겠다. 수익모델 사업을 개발하겠다. 국책사업을 많이 따오겠다. 학교의 노는 땅을 활용해 임대사업을 하겠다. 협동조합을 직접 운영하겠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후보들의 답변 수준이다.

대다수 교직원들의 비난의 목소리를 듣더라도 대학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신이 이렇게 할 테니 따라 와 달라. 학내 구성원들의 돌팔매를 맞더라도 쪼그려 질 데로 쪼그라져가는 현재의 조선대학을 변화시키겠다, 개혁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총장 후보는 눈 씹고 봐도 보이질 않았다는 얘기다.
후보들도 어쩔수 없이 표를 달라고 구걸해야하는 정치인처럼 총 표수의 79%를 차지하는 교수와 직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지라 변화와 개혁의 마인드를 가진 소신있는 총장을 기대하기란 무리인 듯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7명의 총장후보들은 2년 후 공약이행평가에서 50%에 미달되면 용퇴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YES'라고 답한다. 한술 더 떠 ’당연한 수순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차용훈,이계원,이종범,강동완,임동윤,박대환,민영돈 7명의 후보가 차례대로 확실하게 말했다. 모처럼 청량감 넘치는 답변이었다.
조선대 학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체화된 모습을 보인다면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민립대학의 슬로건인 ’막는 것 산이거든 무느곤 못가랴‘라는 정신이 무색치 않으리라 본다.

동창회에서 나왔다는 김 모씨는 총장으로서의 도덕성의 기준은 무엇이며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교직원 인사에 대한 탕평책은 무엇이냐고 질문한다. 어떤 후보는 인사적재적소 배치, 다른 후보는 주요보직 공모제, 어떤 이는 보직교수 책임평가제를 들먹였다.
듬섬 듬섬 비어있는 방청석 자리만큼이나 이날 후보들의 답변과 정견발표는 구성원들의 관심을 유도할 만큼 학내의 위기상황을 타개할 비전과 대안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는 굳이 점수를 내린다면 ‘평균 하향 수준’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다음 보도 차례는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총장 선거 구도와 판세, 키워드, 돌발변수, 선거운동 분위기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박병모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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