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빠질 수 없는 자랑거리가 풍우교(風雨橋)다. 풍우교는 다리에 기둥을 세워서 그 위에 짓는 건축물을 일컫는다. 기둥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고 비람도 피할 수 있다. 그래서 풍유교라는 이름이 붙여진지도 모른다.

이 풍우교는 소수민족의 하나인 동족(須族)의 독특한 건축양식이다. 동족은 목조건축기술이 발달해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깎고 다듬어 여러 형태의 풍우교를 건축했다. 이 가운데서는 명나라 때 만들어진 풍우교가 가장 크고 유명하다. 가로가 146.7m, 세로가 12.2m에 이른다. 지금도 은시 시내를 흐르는 청강을 따라 여러 개의 풍우교가 남아 있다.

비바람을 피하던 풍우교가 지금은 훌륭한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돼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밤이면 화려한 불빛이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하는 가운데 실내에서는 동족의 전통쇼가 펼쳐진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도 무대는 어김없이 관광객을 맞는다. 유명한 사람들만 출연하는 것도 아니다. 더러는 동네의 악단들이 나와 마을축제를 벌이기도 한다.

필자는 은시 풍우교를 지나면서 광주에도 풍우교 하나쯤 지으면 오래된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구 적십자병원과 양림동 파출소로 이어지는 금교(錦橋)에 큼직한 정자형태의 공연장 하나를 지어 가칭 ‘정율성홀’이라 이름을 붙이자는 것이다. 정율성 선생의 탄생지를 놓고 금동과 양림동, 크게는 동구와 남구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구역(?)에 ‘정율성홀’을 지어 공연장으로 활용한다면 화합의 다리이자 광주시의 중국 프랜들리 정책과도 꽉 들어맞는다.

사실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된 지 1년여가 다 되어가지만 밤이 되면 적막강산이다. 이런 마당에 문화전당 서편 금교 쪽에 광주가 자랑하는 LED조명이 밝혀진 멋진 건물 하나가 지어지고 이곳에서 광주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작은 무대가 이어진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광주시는 몇 년 전부터 광주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팔로군 행진곡인 ‘중국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정율성 선생을 기리는 음악축제를 계속하고 있다. 매년 중국의 도시를 선정해 해외공연을 갖는가 하면 광주에서도 성악콩쿠르, 찾아가는 정율성 축제, 정율성 동요부르기 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고 나면 모닥불처럼 흔적 없이 사라진다. 많은 중국인들이 찾아와도 마땅히 보여줄 것이 없다. 이럴 때는 금교의 정율성 홀에서 좋은 레퍼터리 하나 꺼내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평상시 저녁에는 전통문화관처럼 우리의 국악 프로그램을 상설운영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건물의 형태나 규모는 전문가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한옥형태의 팔각정이 좋을 듯하다. 금교 위쪽으로 20여m 정도의 다리를 놓고 그 위에 공연장을 짓는다면 차량이나 사람통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금교 부근의 광주천에는 일정 시간 물이 머물렀다가 흘러가도록 하여 유등(遊燈)을 띄우고 공연장의 외벽은 LED로 장식 한다면 문화도시 광주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다. 바로 곁에는 통기타의 거리가 있고 서양문화의 흔적이 서린 양림동이 있지 않은가.

지형원 문화통 발행인 기사 더보기

newstokto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