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톡톡뉴스]진태호 기자=“27년 만에 석사모를 쓰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진즉 했어야 하지만, 이제라도 해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한창 젊었을 때의 열정을 되찾은 것 같아 공부하는 동안 참 즐거웠습니다.”

지난해 8월 말 경찰대학장을 끝으로 25년간 몸담았던 경찰직에서 물러난 안재경 전 학장(58)이 2월 25일 열린 조선대학교 학위 수여식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조선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석사 과정을 수료했으나 행정고시 합격 후 경찰에 투신하면서 바쁜 업무 때문에 논문을 제출하지 못해 수료에 그쳤던 그는 27년 만에 묵은 숙제를 풀었다.

학위 논문 ‘한국자치경찰제도 도입방안에 관한 연구’에서는 지방분권화와 지방의 자율성 신장을 치안행정에 도입하여 지역실정에 맞는 치안행정을 위해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자치경찰제의 모형을 강구했다. 그는 논문에서 자치경찰제 실시단위는 광역자치단체보다는 시·군·구 자치단체로 하면서 의무화보다는 선택제로 하는 것이 갈등구조를 최소화할 수 있고 자치경찰의 사무범위는 법 집행 분야보다 주민생활과 밀접한 생활안전, 교통, 시설 및 행사장 경비 등 서비스 분야에 한정하고, 신분은 국가경찰과 마찬가지로 특정직경찰공무원으로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제시했다. 재정은 원칙적으로 당해 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의 낮은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단기적으로는 인건비를 전액 국가가 보조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치경찰교부세 활용, 국세의 지방세 전환, 교통범칙금의 이양 등 적극적인 세원 발굴을 통해 재정을 확보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치경찰제는 현직에 있는 동안 계속 생각해온 주제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수준으로 도입할 것인가가 논점이었습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국민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평소 생각을 논문의 형식을 빌려밝히고, 많은 사람에게 알리게 된 것이 뿌듯합니다. 오수열 지도교수님을 비롯하여 지도편달해주신 교수님들께 감사드리고,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이 배우겠습니다.”

안 전 경찰대학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행정고시 31회에 합격해 경정으로 특채됐다. 한국 경찰의 대표적인 수사통으로 부천남부경찰서장, 서울동작경찰서장, 충남청 차장, 경찰청 수사과장, 경찰수사연구원장, 전남경찰청장, 광주경찰청장을 역임했으며 2013년 3월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에 올랐다. 경찰청 차장을 거쳐 제39대 경찰대학장에 부임하여 9개월간 재임하다가 2014년 8월 명예 퇴직했다. 현직에 있을 때 청렴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동료, 선·후배의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

“오랫동안 몸담은 조직을 떠난다는 아쉬움과 함께 현직에 있으면서 하고자 한 것을 남겨둔 것에 대한 회한도 있었지만 큰 과실 없이 명예롭게 퇴임한 것에 감사합니다. 새롭게 펼쳐질 2막 인생에 대한 설렘도 있었지요.”

퇴임 후 한국자산신탁 비상임 경영고문을 맡고 있는 그는 이번 학기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2막 인생을 펼쳐 간다.

안 전 경찰대학장은 “대학 강의를 하면서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한다.”라며 “후배들도 외롭더라도 공부에 매진하여 자신의 꿈을 이루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