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 농가와 살처분 참가자들에 대한 ‘AI 트라우마’ 진단과 치유 작업이 2011년에 이어 3년만에 이뤄진다.

10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AI 살처분 참가인력이 1000명을 넘어서고 살처분된 가금류가 50만 마리에 육박하면서 동원 인력들의 정신적인 충격이 적잖을 것으로 보고 이들을 대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조사와 무료 상담에 나서기로 했다.

PTSD는 전쟁과 고문, 자연 재해나 사고 등을 경험한 뒤 계속된 2, 3차 경험을 통해 공포감이나 고통을 느끼는 질환으로,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후에도 시작될 수 있으며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지난달 17일 전북 고창에서 H5N8 AI가 첫 발생한 이후 전남에서는 같은 달 24일 해남 송지면 종오리 농장을 시작으로 나주 세지, 영암 덕진, 영암 도포, 나주 봉황 등지에서 6건의 사육농장 AI 의심신고가 접수돼 이 중 4건은 고병원성, 1건은 음성으로 판명됐고, 1건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살처분된 닭·오리는 24개 농가 43만8000여 마리로 공무원과 군인, 농장주 등 모두 1002명이 살처분 현장에 동원됐다. 동원 인력의 50% 가량은 도와 일선 시·군 공무원들이다.

도는 나주 국립정신병원을 중심으로 정신건강 증진서비스를 지원하는 한편 직무스트레스나 사건충격척도, 자가 진단 등을 통해 PTSD 여부를 선별한 뒤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경우 전문가 개별 상담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상담인력이 부족한 점을 감안, 전남도 재난심리지원센터(센터장 최태산 동신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상담전문 인력을 지원키로 했다.

도 재난심리지원센터는 2011년 소방공무원 972명에 대한 심리치료를 시작으로 , 같은 해 AI 발생지역인 장흥과 영암지역 살처분 참가자 55명과 태풍 ‘무이파’ 피해지인 진도, 완도, 신안지역 455명을 대상으로 PTSD 치유 활동을 벌인 바 있다.

또 ‘볼라벤’과 ‘덴빈’ ‘산바’ 등 3개 태풍이 연이어 불어 닥친 2012년에는 신안 등 20개 시·군에서 237명을 상담했고 지난해 여수산단 폭발사고 후에는 관련자 60명을 상대로 심리상담 활동을 실시했다.

도 관계자는 “AI나 구제역 등 가축 살처분에 참여하다보면 정신적 충격으로 식욕 부진이나 불면증 등을 호소할 수 있다”며 “조사 결과, 증상이 심해 치료가 요구되는 경우 약물 또는 정신과적 치료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까지 구제역이 발생한 11개 시·도 75개 시·군·구와 AI가 발생한 6개 도 23개 시·군에서 상담받은 8812명 가운데 고위험군은 512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주 기자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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